‘애니팡’ ‘프로야구 매니저’ 잘 나갈 줄 알았는데... 게임업계, 손실 보고 자회사 정리 줄이어
12년간 엔트리브 누적 적자 617억… 이달 폐업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위메이드플레이 지분 전량 매각
넷마블, 메타버스 사업 진행하던 손자회사 정리
라인게임즈, 게임 개발사 인수했는데 실적 부진
게임사들이 경쟁력이 약한 사업이나 회사를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들인 회사의 실적이 부진하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엔트리브 법인을 이달 15일 폐업하기로 결정하고 소속 직원 70여명에 권고 사직을 통보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경영 환경 등을 감안해 엔트리브소프트 게임 서비스 종료와 법인 정리를 결정했다”면서 “미래 도약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서비스 종료까지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엔트리브는 국내 초창기 게임 제작사 중 하나인 손노리의 게임 개발 부문 일부를 분리, 2003년 설립된 회사다. 2004년 출시한 ‘팡야’와 일본 세가의 프로야구 팀 운영 게임을 KBO에 맞게 변경해 2010년부터 서비스한 ‘프로야구 매니저’가 대표 히트작이다.
엔트리브는 2007년 SK텔레콤의 자회사가 됐다가 2012년 2월 엔씨소프트가 1085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2012년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줄곧 적자 상태였다. 엔씨소프트가 인수한 이후 개발한 신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며 12년간 적자가 누적됐다. 2021년 5월 출시한 ‘트릭스터M’은 출시 직후 하루 25만명의 이용자 수를 자랑했지만 확률형 아이템 결제 유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반짝’ 인기에 그쳤다. 작년 3분기 기준 엔트리브의 누적 적자규모는 617억 원에 달한다.
스마일게이트는 퍼즐게임 ‘애니팡’의 지식재산권(IP) 보유사인 위메이드플레이(구 선데이토즈)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지난 2014년 선데이토즈 지분 20.89%를 1200억원을 들여 확보했다. 당시 퍼즐게임 열풍이 불면서 선데이토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던 것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2018년 선데이토즈 지분을 359억원에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35.52%까지 늘어났다.
이후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2021년 말 선데이토즈 지분 20.9%를 840억원에 위메이드이노베이션(위메이드 종속회사)에 양도했다. 매도 가격은 주당 4만2000원으로 매입가(주당 1만8100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선데이토즈는 위메이드에 인수된 후 ‘위메이드플레이’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 가치에 따라 위메이드그룹의 주가가 좌우되자,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보유 지분을 십여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위메이드플레이의 지분을 총 1096억원에 매도한 것으로 추산된다. 선데이토즈 지분 매입비용(1559억원) 대비 약 469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산하 메타버스월드를 청산하기로 하고 직원 7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메타버스월드는 넷마블이 2022년 아이텀게임즈와 블록체인 기업인 보노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해 출범한 회사인데 메타버스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설립 2년 만에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메타버스월드는 메타버스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개발해왔으나 해당 프로젝트도 폐기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라인게임즈가 자회사 제로게임즈를 정리했다. 제로게임즈는 ‘R0′ ‘카오스 모바일’ 등을 개발한 회사로, 지난 2020년 라인게임즈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역량 확충을 위해 인수했다. 당시 제로게임즈는 설립 1년이 막 지난 신생 개발사였지만, 라인게임즈는 3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사들였다. 제로게임즈 외에도 라인게임즈는 스튜디오발키리, 미어캣게임즈, 니즈게임즈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하지만 자회사들이 내놓은 게임들 상당수의 성과가 저조해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제로게임즈 또한 2021년 모바일 MMORPG ‘이카루스 이터널’을 출시했으나 흥행에 참패하면서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작년 2월 박성민 대표 취임 후 구조조정 및 사업 개편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들이 인수했던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것은 성장을 기다릴 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상장사의 매출액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 국내 게임 상장사의 매출액은 약 5조4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약 5154억원으로 같은 기간 50% 감소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업계뿐 아니라 IT 업계 전반에 합종연횡이 활발한 편”이라며 “지난 2~3년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와 함께 개발자 몸값이 올라갔다. 이는 게임사들의 몸집이 커지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챗GPT의 등장이 구조조정 시기를 앞당긴 셈”이라며 “인수합병 또는 투자를 할 때 기술 부문에서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를 낼지, 핵심 개발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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