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 1심 선고 내일 나온다…이재용 사법리스크 '기로'
총수 사법리스크 속 실적·투자 부진…무죄 선고 시 운신 폭 확대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올해 삼성전자(005930) 앞길의 분수령이 될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 선고 결과가 이번 주 나온다.
3년5개월 동안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이 회장의 경영 보폭이 작아진 사이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스마트폰 부문은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과 첨단 기술 확보 경쟁도 격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래는 물론 재계나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이번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오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5개월만에 나오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법원은 애초 지난달 26일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했다.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 개입했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당시 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에도 가담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부실 우려가 컸던 삼성물산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합병이 불가피했던 것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며 "저의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돼 법 위반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사건 재판은 그동안 106차례 열렸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공판 참석이 의무인 만큼 이 회장은 대통령 순방 동행 등 중요 일정을 제외하고 95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로만 따지면 33차례 서초동으로 향했다.
사법리스크의 파장은 컸다. 총수의 경영 활동 제약 속 삼성전자도 흔들렸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감소한 6조5670억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적다. 14년간 지켰던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도 현대자동차(005380)에 내줬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4조8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덩달아 세계 반도체 매출 기업 1위 자리는 2년 만에 인텔에 넘겨줬다. 또다른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출하량 기준)도 경쟁사인 애플에 선두 자리를 뺏겼다.
대형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투자에도 영향을 줬다. 삼성의 대형 M&A 사례는 2017년 이 회장이 직접 추진한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과의 빅딜이 마지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대형 M&A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대형 투자를 멈칫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평가가 많다.
'책임 경영' 강화에도 걸림돌이 됐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승진한 이 회장이 여전히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도 법적 리스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시점도 안갯속이다.
결국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회장과 삼성전자의 행보도 갈릴 전망이다.
무죄 또는 유죄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에는 이 회장 경영 활동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대로 실형 선고가 이뤄진다면 이 회장과 삼성전자의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신기술 패권 다툼 속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경영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라며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사법리스크 완화·해소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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