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금리 낮추고 발행 줄이고… 홍콩 ELS 손실 사태에 몸 사리는 증권사들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에 투자자도 외면
작년 10~12월 ELS 발행 감소…중도상환 46% 급증
지난해까지 주가연계증권(ELS) 쿠폰금리를 올리며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렸던 증권업계가 새해 들어서는 ELS 쿠폰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리 상승기가 끝난 데다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로 시장에 먹구름이 끼자 증권사들도 ELS 발행 규모를 줄이면서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투자자들도 낮아진 금리, 원금 손실 우려 등을 이유로 ELS 가입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ELS는 만기 안에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만기는 통상 3년으로,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한다. 이때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약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 연장되는데, 기초자산이 지정 가격 아래로 내려갈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8일까지 코스피200·유로스톡스50·니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청약을 진행 중이다. 수익률은 최대 연 5.40%다. KB증권은 이달 청약을 진행하는 지수 추종 ELS 5종에 모두 5~6%대 쿠폰금리를 제시했다.
석 달 전만 해도 KB증권가 내놓은 ELS 가운데 쿠폰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7%대였다. 지난해 11월 초 발행된 KB증권의 ‘KB able ELS 제3199호’는 S&P500·코스피200·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최대 연 7%를 제공했다.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청약하는 지수 추종 ELS에 연 6%대 상품이 나왔고,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31일 발행한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지수 추종 ELS는 최대 연 6.7%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니케이225·S&P500·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ELS를 연 10.5%에 출시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삼성증권이 출시한 지수 추종 ELS의 최대 금리는 10.1%, 최소 금리는 7.02%였다.
증권사들이 ELS 쿠폰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증권사로선 쿠폰금리를 무리하게 높여 경쟁해야 할 요인이 사라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났다. 2021년 2월부터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지난달 2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3121억원을 기록했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이 반 토막 났다. 현재 4대 은행은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은행이 판매하는 ELS는 증권사가 ELS를 출시하면 해당 상품을 은행이 신탁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금융 당국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증권사들은 ELS 발행 규모를 늘리기 애매한 상황이다.
낮아진 쿠폰금리와 손실 우려로 투자자는 ELS 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 자연스레 ELS 발행은 줄어들고 중도상환은 급증했다. 지난해 ELS 발행 건수는 3분기 3369건에서 4분기 3033건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달 중도상환은 4028건으로, 전월(2754건) 대비 46% 급증했다. 지수형 ELS 비중도 줄었다. 작년 5월까지 ELS 중 지수형 발행 비율은 전체 ELS 발행의 90%를 웃돌았지만, 12월엔 88.7%까지 떨어졌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중 ELS 발행 금액은 10~12월에 걸쳐 감소세를 보였다”며 “특히 12월에는 2021년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ELS 만기 손실 상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ELS 발행이 위축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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