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흉기 든 범인도 맨손으로…특전장교에서 경찰 된 사연

김도균 기자, 김온유 기자 2024. 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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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중앙경찰학교에선 진압술을 배우며 흉기를 접하는 상황에 대비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순경은 "경찰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미제로 끝나는 사건이나 증거 확보를 못해서 종결되는 사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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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서울 동작경찰서 사당지구대 소속 김상윤 순경시보(31)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사진은 서울 동작경찰서 사당지구대 소속 김상윤 순경시보(31)./사진=김상윤 순경 제공

"꼭 잡고 싶다."

크리스마스 황금 연휴의 분위기가 절정을 향하던 지난해 12월24일 저녁 8시쯤. 남성 A씨가 서울 동작경찰서 사당지구대로 뛰어들어왔다. A씨는 겁에 질린 얼굴로 "아는 형님이 나를 죽이겠다며 협박한다"고 소리쳤다.

짧은 정적이 흐르던 그때 A씨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는 형님 B씨의 영상통화였다. 화면 속 B씨는 성인 팔뚝보다 긴 흉기를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만나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위협의 실체를 확인한 사당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김상윤 순경시보(31·이하 김순경)와 동료들은 A씨를 진정시킨 후 B씨와 약속을 잡도록 했다.

사당역 인근의 한 삼거리 골목. 약속 장소이자 작전 장소다. 김 순경 등은 안전을 위해 A씨를 돌려보낸 뒤 이곳에서 B씨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삼거리인 만큼 도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동시에 제복을 입는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B씨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2인1조, 총 3개 조가 투입됐다. 체포조인 김 순경과 그의 조장은 작전대로 순찰차에서 대기했다. 같은날 저녁 8시35분쯤 B씨가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순경은 순찰차에서 내려 B씨를 향해 걸어갔다.

속전속결. 김 순경은 즉각 B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B씨의 겉옷 안주머니에서 40㎝ 길이의 흉기가 발견했다. 김 순경과 동료들의 재빠른 대처가 아니었다면 수개월 전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흉기 난동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검거 당시 '무슨 생각을 했나'라는 질문에 김 순경은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무섭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동작경찰서 사당지구대 소속 김상윤 순경시보(31)가 ROTC 장교로 군 복무 시절 남수단에 파견됐을 때 모습./사진=김상윤 순경 제공


김 순경이 '믿는 구석'은 또 있다. 김 순경은 특전장교 출신에 무술 유단자다. 태권도 2단, 합기도 1단이고 2016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ROTC(학군단) 특전장교로 복무하면서 특공무술을 배웠다.

중앙경찰학교에선 진압술을 배우며 흉기를 접하는 상황에 대비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진압술 교수였던 이상균 경위(55)는 수업 중에 날이 선 흉기를 가져와 철문에 꽂는 등 예비 순경들에게 그 위력을 각인시켰다.

기동대 의무 복무를 앞둔 김 순경. 이후 본격적인 경찰 생활이 시작되면 형사과에 몸을 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순경은 "경찰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미제로 끝나는 사건이나 증거 확보를 못해서 종결되는 사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풀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하소연할 데가 없지 않느냐"며 "책임감 있는 경찰, 끈기 있는 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 순경은 지구대 동료들에게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다치지 말고 정년까지 함께 경찰 생활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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