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끝?…"쉽지 않아"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4. 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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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66_"3년 차 접어든 러-우크라이나 전쟁"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수미=AP/뉴시스]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미 인근에서 포로 교환을 마친 우크라이나 전쟁포로들이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포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포로 248명, 우크라이나 포로 230명이 석방됐다. 2024.01.0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로 접어들었다. 전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중동 지역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200여 명의 전쟁 포로를 교환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해 종전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한편에서는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된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과 향후 전망,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전쟁 목표 달성 고수하는 양국…올해도 전쟁 지속 전망
러시아는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지난해 약 4%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국방 예산을 GDP 대비 6%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전선에 배치된 61만 명 병력 중 50만 명이 현역병일 만큼 병력 자원도 풍부하다. 여기에 무기 생산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장기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탈 나치화(정권 교체), 비군사화(무장 해제), 중립화(나토 가입 불가)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서방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미국의 지원 예산안이 지연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무기도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만약 재정 지원마저 바닥날 경우 공무원 급여와 연금, 의료 지원도 중단될 수 있다. 젤렌스키 정부는 올해 추가로 50만 명을 징집하겠단 계획을 밝혔지만 의회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여기에 고위 관료들의 군납 관련한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최근 군부, 고위급 관료들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의 갈등과 분열도 심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지 반환, 전쟁 배상금 지급, 전쟁범죄 처벌 등을 수용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는 지난 2년을 끌어온 전쟁을 끝내려면 전장의 상황이 패색이 짙을 정도로 몰리고 있거나, 또는 국내 경제가 매우 어려워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내부 상황이거나, 아니면 전쟁 목표 달성 선언을 할 수 있는 결과를 이미 냈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이 3가지 경우 모두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러시아는 미국 대선까지는 협상에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는 "미국 공화당이 예산 지원을 반대하는 것도 결국 투입된 비용 대비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영토 회복을 위한 전쟁 수행 능력이 없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의 경제 발전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편에서는 장기화하는 전쟁과 교착상태, 대선을 앞둔 미국과 유럽 전체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가진 EU 등의 달라진 분위기로 인해 양측이 종전 협상을 시작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통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게 될 경우 중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화 협상 진행 △러시아가 이렇다 할 공세를 벌이지 못할 경우 독일과 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나서서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자는 '핀란드식' 평화 협상을 중재 △튀르키예가 중재력을 발휘할 가능성 등을 협상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엄 교수는 "현재 얼어붙은 전장이 3월 이후 본격화하면서 전황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가에 따라서 협상이나 중재의 방향도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이 종전에 유리?…미국 정치 시스템, 반러 정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올해 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꼽힌다.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재정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종전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전쟁을 끝내기는 쉽지 않다고 예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평화 협상을 추진하고 전후 처리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게 없어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러 성향을 보이지만, 러시아는 트럼프의 재선에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트럼프 정부 시절 러시아는 오바마 정부 시절 악화한 미-러 관계의 개선을 기대했지만, 미국 정치 시스템 속에서 의회와 반러 정서를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 의회의 압력으로 대러 제재가 강화하고 트럼프 개인적으로도 대선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며 미-러 관계는 악화했다.

(뉴욕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민사 재판에서 돌아오면서 지지자들에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1.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태림 교수는 "최근 러시아의 주요 인사나 전문가들의 발언을 보면 러시아 엘리트 내에는 트럼프의 당선이 극적인 미-러관계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것이 관찰된다"며 "트럼프 1기에서도 경험했듯,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반러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는 미국 정치 시스템 속에서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국 내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트럼프가 미국 의회나 언론계의 반러 정서,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냉정하게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제성훈 교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중단되고 EU 국가들도 부담스런 지원을 차례로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것이 대러 제재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구호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4년 후 공화당 후보로 정권을 계승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뜻만 앞세워 막무가내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수 없다"며 "러시아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나토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대도 걸림돌로, 트럼프가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어도 실제로 전쟁을 종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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