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산한 美민주 경선 투표소…고령 흑인 유권자들 "트럼프는 싫어"
민주, 15만명 투표참여 기대…흑인들, 바이든 지지 이유로 "대안 부재"
(컬럼비아<사우스캐롤라이나>=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첫 공식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프라이머리 본투표가 개시됐다.
그러나 뉴스1이 이날 오전 찾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인 컬럼비아 인근의 투표소들은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 투표소의 관계자는 "사전 투표를 많이 했기 때문에 본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뤄진 사전투표에는 모두 5만2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흑인 유권자들이 76%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체 인구 520만명 중 흑인 비율이 26.3%다. 325만명 정도의 등록 유권자 중에서 흑인 유권자는 79만3500명가량 등록돼 있다
뉴스1이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흑인 유권자들이었고, 그중에서도 고령층 유권자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흑인 거주 비율이 80%(시티 데이터 닷컴 2021년 기준)에 달하는 그린뷰에 설치된 투표소엔 고령의 흑인 유권자들이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로 향하거나, 몸이 불편한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 주차장에서 이동식 전자투표기를 통해 투표를 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투표를 마친 이들 대부분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입을 모았다. 흑인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과 '대안 부재론'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된 이유로 꼽았다.
60세의 흑인 남성 노먼 무어는 "저는 트럼프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다는 것을 보기 위해 투표하러 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분명히 고려해야 할 요소이지만,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 외에 다른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무어와 함께 투표소에 온 새뮤얼 핑크니는 "저는 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정책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나이는 정책과 상관이 없다. 그의 정책과 흑인 문제를 돕는 그의 태도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핑크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트럼프는 민주주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에 대해선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85세의 흑인 여성 메리 에델만은 "바이든 대통령을 좋아한다. 그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만, 누구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표심이 이탈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결국 대선 본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를 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에델만은 "국경 장벽 문제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는 '흑인들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천천히 나오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라이머리 투표는 주내 2300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등록 유권자 수(325만명)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330만명보다 약 5만명 정도가 적은 상황이다.
2020년 당시엔 바이든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의 치열한 경선전이 펼쳐지면서 등록 유권자 중 54만명이 민주당 프라이머리 투표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이번 프라이머리 투표에 2020년 때보다 훨씬 적은 15만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고 있는 데다 경쟁자들인 딘 필립스 연방하원의원과 작가 매리언 윌리엄슨 후보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 하원의원은 NYT에 "(바이든 대통령의 득표율) 70%는 저에게 성공적일 것"이라며 "저는 우리가 15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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