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고비 넘겼지만 여전히 '험로'
이마트 지분 확대로 '일감 몰아주기' 우려도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적자에 신음하던 신세계건설이 그룹 자금 지원과 흡수합병으로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본업종인 건설업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우려는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회사채 발행·매입 안건 등을 결의했다. 신세계건설이 사모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고 금융기관이 14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가 6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각각 매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며 재무건전성을 높였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는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으로 이달 6일 신주상장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약 650억원 규모의 자금이 확충될 예정이다.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상태가 악화한 신세계건설은 추가 자금을 확보하며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확보한 2650억원은 올해 상반기 만기 예정인 보증채무 약 2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이와 함께 영랑호리조트 합병으로 부채 비율도 상당 부분 낮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랑호리조트는 부채 약 230억원, 자본 274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84%에 불과했다. 이에 신세계건설은 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해 부채비율을 470%에서 356%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금 확보와 별개로 본업인 건설업에서는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 악화로 적자가 이어지고 모기업 이마트 지분이 늘어나면서 스타필드 공사 등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 이마트 사업 확보도 미궁 속으로 빠졌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485억2726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적자이자 3분기 누적 적자만 900억원에 달한다. 외부에서 들여온 비용을 뜻하는 총차입금은 3785억원으로 2022년말 1125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주요 건설사 중 후발주자로 평가 받는 신세계건설은 지방에서 주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주요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미분양주택수 통계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1만245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수도권 전체 미분양 주택(1만31가구)보다 많은 수치다.
대구에서 주요 사업을 진행한 신세계건설도 미분양을 피할 수 없었다. 빌리브헤리티지와 빌리브루센트, 빌리브라디체 등 신시계건설 대구 주요 사업장의 분양률은 각각 17.7%, 21.6%, 22.9%로 저조하다. 그 중 지난해 8월 대구 수성구에 준공한 빌리브 헤리티지는 1400억원대 규모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미분양 물량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대구 외 지역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했다. 2022년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남양주 빌리브 센트하이는 200가구 모집에 386건이 접수됐지만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50가구 중 100가구가 분양을 끝내지 못해 계약금 10% 중 5%를 무이자 대출하는 등 일부 할인에 나섰다. 또한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일원에 조성되는 '빌리브 디 에이블'도 지난해 11월 기준 256가구 중 95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이와 함께 늘어난 모기업 이마트 지분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신세계건설은 스타필드 고양과 하남, 대전, 수원 등 이마트의 주요 공사를 대부분 진행해왔다. 2017년 자체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내놓고 자체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3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마트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내부거래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이전까지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지분은 42.5%였지만 신세계건설이 영랑호리조트를 합병하면서 70.46%로 늘어나 대상에 포함된다.
이미 예상 사업비 5600억원 규모인 경남 창원시 '스타필드 창원'은 시공사 경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계열사에 의존하는 대신 시공사 경쟁을 택한 것이다.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합리적 절차로 우수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도입했다"면서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더 신중하게 절차를 검토하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이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모기업인 이마트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3분기 순매출액은 7조709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2억원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8억 감소한 77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551억 줄어들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세계건설의 부진한 실적에 4분기 모기업 이마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이마트 보고서에서 "신세계건설 PF 충당금 설정은 (이마트) 본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자구책을 마련할 경우 최악의 구간은 면할 수 있지만 연결부채 증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성장성 확보를 위한 투자가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다시금 신세계건설에 대한 우발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세계건설 우려로 인해 단기 투자심리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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