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 팔리고, 가격은 떨어지고"…한파 닥친 배터리 업계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까지 급락
설상가상 中 회사는 반값 배터리 공급
찬바람 부는 K배터리, 내실 다지기 집중
배터리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대세로 부상하던 전기차가 수요 둔화를 맞으면서 그 여파가 배터리 업계에 직격타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의 가격이 급락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회사들은 '반값 배터리'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K-배터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내실 다지기'로 대처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3.9%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117.1%로 정점을 찍은 성장률은 이듬해 65.2%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26%로 급락했다.
전기차 판매 둔화는 배터리 업계 수익성과 직결된다. 실제 배터리 회사들의 최근 실적을 보면 전기차 시장의 침체 여파를 실감할 수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3.7%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북미 지역 성장률이 올해 30% 초중반으로 주춤하는 등 매년 30%가 넘었던 종합적인 시장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11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37.1% 감소한 수치다. 오는 6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전기차가 대세로 거론되면서 앞다퉈 채굴한 광물들이 이제는 수요보다 웃도는 공급 과잉에 처해지면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의 가격은 이달 1일 기준 1㎏당 86.5위안이다. 지난 2022년 11월 1㎏당 581.5위안에서 거래됐을 때 보다 가격이 80% 넘게 급락했다. 또다른 핵심 원료인 니켈도 마찬가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1톤당 3만달러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됐지만 현재는 1톤당 1만6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22년초 1톤당 8만달러까지 치솟았던 코발트 가격은 최근 들어 2만달러대로 하락했다.
광물 가격의 급락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이차전지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소재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로 쌓인 재고들에 광물 가격 하락이 반영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역래깅 효과 탓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양극재 생산 목적으로 미리 확보한 리튬 등 광물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에 따른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엘앤에프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804억원으로 어닝쇼크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저가 배터리도 암울한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은 최근 현지 자동차 업체들에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와트시(Wh)당 0.4위안 이하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1년전 Wh당 0.8~0.9위안에 판매하던 배터리를 '반값'에 팔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CATL의 이같은 저가 공세를 두고 세계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반값 배터리'가 고착되면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좌초하는, 일종의 치킨게임까지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복합적인 위기에 K-배터리 업계는 포트폴리오 다변화·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차세대 기술 개발 등 내실 다지기로 대처한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부터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전고체 배터리 전담팀인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해 2027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니켈 광산 개발업체 캐나다니켈의 지분 9.7%를 확보하면서 니켈 생산량의 10%를 사전 계약한 금액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CES 간담회에서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달라 3가지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또 미국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고 솔리드파워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와 파일럿 라인 공정 기술도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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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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