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동훈 감독 "성공도 실패도 겪어야 하는 게 영화 감독의 숙명"

모신정 기자 2024. 2. 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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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부, 내 마지막 청춘 바친 영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시나리오 구상부터 시작해 작품의 공개까지 무려 6년여 시간을 공들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 2부의 대장정이 마침내 최종 피날레를 맞이하고 있다.

영화 '도둑들'(2012년/1298만)과 '암살'(2015년/1270만)으로 2편의 천만 영화 보유자이며 '타짜'(2006년/684만)와 '전우치'(2009년/613만), 그리고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2004년/212만)까지 포함해 4077만의 관객수를 보유한 국내 최고 흥행 감독이었고 한국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외계인' 1부의 흥행 성적인 154만 관객수는 최근 '외계인' 2부 관련 GV행사에서 "마치 장기가 하나 떨어져 나간 아픔을 느꼈다"고 직접 고백할 만큼 뼈아픈 것이었다. 

하지만 감독 최동훈은 1부의 흥행 실패이후 쏟아진 갖은 비판적 시선들을 담대히 견뎌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2부를 최상의 결과물로 내놓는 일임을 알았기에 1년 6개월여의 시간동안 52개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며 정성을 쏟았다. 2부의 타이틀 시퀀스 부분의 5분여 분량을 위해 6개월의 편집을 진행하며 1부를 본 관객과 보지 않은 관객 모두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외계+인' 2부는 지난달 10일 개봉해 장기 흥행 계보를 이으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동훈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작품마다 예상치 못한 상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해 그 즐겁고 신나는 2시간에 함께 동행시켜줬던 것처럼 '외계인' 1, 2부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과정을 달변으로 풀어내줬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UFO가 나타나고 도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펼쳐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외계인'의 창작이 시작됐다는 사실과 성공도 겪게 되지만 실패도 또한 따르는 것이 영화감독의 숙명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최 감독은 "'만약에 이랬다면'이라고 가정하거나 후회를 하는 것은 사실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걸 깨달았다. 2부 편집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깨닫게 됐다. 내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 1부 흥행 부진의 원인에 대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그 분석을 바탕으로 2부 완성을 위해 어떤 원칙들을 세웠나. 

▶ 1부는 이야기가 점점 벌어지는 형태의 구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확장되는 형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스토리를 한번에 딱 모아야 하는데 그 시점은 물 속에 있던 어린 무륵(류준열)이 관 속에 있던 무륵과 만나는 시점부터 두 가지 시간대로 존재하던 이야기가 붙기 시작하는데 '그 타이밍이 좀 늦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2부는 1부와 반대로 넓게 펼쳐진 때 시작한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깔대기 안으로 쑥 모여서 하나로 확 떨어지는 이야기다. 1부와 정반대의 플롯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수도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에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정말 보고 싶어하는 것은 거대한 스펙터클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1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마무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배치 등을 간결화해서 더 몰입감 높은 이야기로 만들려고 했다. 

- 1부와 2부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영화로 개봉했다거나 1, 2부의 격차가 짧았더라면 더 호평 받았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 이 이야기는 6년에 걸쳐서 만들었다. 제가 '외계인'의 얘기를 딱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쓰고 준비할 때 OTT가 막 들어올 때였다. 그때 '앞으로 아주 다양한 관람 형태가 존재하겠구나' 생각되더라. 연작의 영화를 만드는 것도 또한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관객들께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의 후반 작업을 할 때 사람들이 '이걸 한편으로 만들었어야지'라고 이야기도 했고 '6개의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제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2부만 열심히 만들어도 될까말까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다른 생각 없이 2부에만 몰두했다. 이제 2부를 다 완성하고 나니 그 말씀들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겠다. 

- '외계인' 1, 2부에 대해 한국형 어벤져스라는 이야기가 중론이다. 어벤져스 세계관만 해도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온 세계관과 캐릭터들인데 어떻게 보면 '외계인'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만들어지는데 6년의 시간이 걸렸다. 1부의 흥행 부진으로 다양한 비판적 입장을 들었을 때 좀 억울하다는 심정은 없었나. 

▶ 이 이야기는 원작이 없지 않나. 그래서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년 반 정도 썼는데 1부를 개봉하고 난 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낯설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낯설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때 낯설다고 한번 경험을 하고 나니 익숙한 걸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1부가 끝나고 침울하게 집에 앉아 있는데 제작자(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가 '2부는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어떻게든 해봐야지'라고 말을 하더라. 작업을 하러 가야 되잖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첫날 작업을 하러 가서 편집 기사와 함께 앉아 있었다. 슬프기도 하고 힘도 빠져 있었는데 저희 편집 기사가 '이제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더라. 이렇게 앉아서 둘이 이야기할 때가 생각난다. 결국은 작업을 통해서 해결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 2부 편집 과정에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짐작이 가기도 하고 또 궁금하기도 하다. 

▶ '만약에 이랬다면'이라고 가정하거나 후회를 하는 것은 사실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작업을 해나가면서 영화 감독의 숙명을 느꼈다. 긴시간동안 성공과 실패는 따를수 있는 일인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됐다. 내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다시 떠올리게 됐다. 진심으로 작업이 거듭될수록 너무 재미있었고 '외계인' 2부가 한 명의 영화감독인 나를 얼마나 구원해주고 있는가 깨닫게 됐다. 제가 도사가 나오는 영화들을 찍다 보니 '내가 도를 닦을 운명이었던가'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 2부 시작에 1부의 요약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들을 편집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 2부 시나리오에 이렇게 씌여 있었다. 2부 시나리오 첫줄에 '1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타이틀 시퀀스가 나온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게 딱 한줄을 쓸 때까지만 좋았다. 그런데 저는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2부를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편집 당시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를 재미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0개의 버전이 나오더라. 정말 멋진 것도 있었지만 '너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집에 가서 보니 아닌 것 같더라. 또 이야기를 더 풀어서 하니 설명조가 되기도 했다.

어떤 캐릭터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해주듯 가려고 계획했는데 썬더(김우빈)가 이야기를 할지, 이안(김태리)이 이야기를 할지 고민이 됐다. 두 배우에게 '내가 고민 중인데 결정을 못했다. 이 내레이션으로 읽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결국 이안의 스토리가 맞다고 생각됐다. 이안의 출사표 같은 스토리면 좋겠다고 결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다시 녹음과 편집을 거쳤다. 처음에는 김태리 배우가 휴대폰으로 녹음해준 내용으로 분위기를 파악했고 이후 녹음실에서 3번 녹음을 했다. 결국 4분 30초의 오프닝 시퀀스를 만드는데 6개월의 시간이 결렀댜. 

-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의 위치에 올랐다. 영화 감독의 길이 늘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흥행과 명예를 다 얻었으면서도 새로운 스토리의 창작이라는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가 뭔가. 

▶ 제가 일상에서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영화 보는 게 취미이고 영화 만드는 게 직업이 되어 버렸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는 건 관객들이 이걸 본다는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재미있다. 어릴 때부터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걸 즐겼다. 저는 관객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자들이 이렇게 묻더라. '외계인'에 만족하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제 태도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제가 더 이상 고치거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영화를 만드는 게 모든 직업이 그렇듯 힘이 들지만 또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게 저는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2부 때 그 점을 더 잘 깨달았다. 이전에 그 재미를 한 70%를 느꼈다고 한다면 지금은 100%라고 할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없다면 그 결과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결과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지만 과정은 내가 만드는 것이잖나. 솔직히 너무 재미있다. 그게 이유다. 

- 1부가 개봉 당시 흥행 부진했던 것과 달리 OTT 공개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젊은 층 관객들의 반응들이 꽤 고무적이다. MZ 세대들의 반응을 보고 느낀 점이 있나. 

▶ 젊은 세대들에게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저의 마지막 청춘을 바친 영화입니다"라고 말이다. 이 영화를 끝으로 저는 이제 아저씨가 됐다. 제가 최근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철이 들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뭐랄까 계속 새로운 얘기를 만들고 도전하고 싶고 빨리 만족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좀 있다. '외계인'의 평 중 안 좋았던 이야기 중에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지만 한번 보고 또 다시 보고 하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낯선 것에 너무 경계를 하고 살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 '외계인'의 아이템을 최초 어느 순간 발굴하게 됐나. 섬광처럼 이걸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궁금하다. 삼국유사와 외계인의 만남이라니 누구도 상상 못할 조합이기도 하다. 

▶ 첫 느낌은 '왜 UFO는 미국과 유럽에만 오는 걸까'에서 시작했다. UFO가 한국에 오면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이 들더라.(웃음) '서울 도심에 UFO가 세로로 탁 꽂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생각한 것과 제 전작 '전우치'를 촬영하며 도사에 대한 얘기도 만들었는데 외계인에 대한 얘기를 못 만들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꿈꿔 왔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주 리얼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헛된 상상도 하고 큰 희망도 품지 않나. 어떨 때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정말 리얼한 세계 속에 사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상상의 세계에 빚지고 있지 않을까? 그것을 먹이 삼아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이런 일들이 펼쳐진다면 또 그러한 남의 인생을 엿보는 것은 즐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SF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할 때는 첫 번쨰 원칙이 무조건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베이스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 가장 공들인 장면은 무엇인가. 

▶ 1차적으로는 액션 장면을 찍는 게 가장 힘들다. 스펙타클을 찍는 모든 순간도 어렵다. 이번에는 특히 사람들이 헤어지는 엔딩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1부 당시에도 이야기했지만 등장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서 인연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운명이 되고 또 막 숙명처럼 얽히면서 파국이 됐다가 또 희노애락이 오고 또 스펙터클한 어드벤쳐도 펼쳐지지 않나. 그렇게 스토리는 끝이 났는데 이 영화의 엔딩은 어떻게 가야될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 모두 헤어지는 장면에서 이 사람은 걸어가고 다른 사람은 보고있고 또 어떤 사람은 또 다른 행동을 하는 걸 어떻게 찍어야 하나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선택은 대사나 사운드를 전혀 쓰지 않고 초고속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고 하나의 음악을 깔면서 어떤 하나의 정서적인 톤으로 만들면 되겠다고 결정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오래 고민한 장면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장면을 찍고 나면 바로 옆에서 현장 편집을 한다. 이 때 편집기사가 '무슨 음악을 쓸까요' 묻기에 무조건 '인드림스'를 깔아보라고 했다. 너무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뿔뿔히 제 갈 길을 가는 애틋함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았다. 더 좋은 음악이 나오면 바꾸려고 했지만 3년의 시간동안 아주 많은 음악을 넣어 보아도 '인드림스' 같은 곡은 없더라. 

- 최 감독 영화의 공통점 중 하나는 1000만 영화가 두 편을 넘었지만 살육을 통한 공포나 남여 사이의 불꽃 튀는 애정라인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감정의 과잉을 이용하지 않더라. 감정이나 정서적 측면에서 최대한 담담하게 자제하는 편이라고 할까. 

▶ 폭력과 액션은 좀 다른 문제 같다. 저는 액션을 좋아한다기보다 같이 무언가 하는 행위를 좋아해서 제 영화에 액션이 들어간다. 영화 안에서 사람이 죽을 때 100% 정확한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 촬영장에서 죽는 장면을 찍을 때 배우에게 5만원이 든 빨간 봉투를 드린다. 가짜 죽음을 경험하게 해서 미안하고 더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 어떤 기자의 질문이 '기차 액션신에서 KTX로 했다면 더 광폭한 액션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 저는 그런 걸 원치 않아서 화물열차로 등장시켰다. 무릇 거장이란 폭력의 깊이감이 필수인데 저에게는 그런 게 없다. 하지만 그저 제 방식이다. 

영화에서 감정이라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잘 보여주는 영화들이 있다. 저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저는 영화속에서 너무 깊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속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심함과는 좀 다른데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 영화에는 언제나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고 또 그걸 알고 싶어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속마음이 잠깐만 비춰져도 저는 대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감정을 조금 보여주는 것이 저에게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안은 자기 방에 들어와있고 무륵은 과거의 텅 빈 부뚜막 위에 앉아 있다. 그렇게 둘이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성한 장면이다. 하지만 저는 일상 생활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한다. "사랑해, 좋아해, 서운해" 등 그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많이 하는 편이다. 멜로는 현실에서 하자는 것이 제 삶의 목표다.(웃음)

- '외계인' 1,2부를 통털어 세계관을 먼저 구축하고 그 이후 캐릭터를 만들고 시공간 또한 구성을 한 후 스토리를 펼쳐 냈을 것 같다. 영화의 구상부터 구체적인 창작 과정의 경로가 궁금하다. 

▶ 이런 방식으로 일한 대표적 예가 '도둑들'이다. 애초 영화제 때문에 홍콩에 갔다가 '홍콩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도둑들'이다. 제가 한국 영화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연출을 경험했는데 처음 카메라 작동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찍으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될지 잘 몰라서 친구 집에서 술을 먹다가. 그 집 복도에서 찍으면 되곘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짜내기도 했다.

영화 '암살'의 경우 한자도 쓰지 못하다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그 시대 책만 계속 읽었다. 저는 매일 방구석에만 있으니 세상을 잘 모른다. 그 세상을 엿보거나 공부하거나 상상해내지 않으면 이야기를 만들 수 었더라. '외계인'은 사실 아무도 외계인을 본 사람도 없지 않나. 그런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저나 관객이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우리가 아는 어떤 공통된 개념의 세계관에서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도사에 대한 것은 이미 한번 찍었으니 삼국유사를 읽고 상상의 세계 속에서 외계인과 도사가 만나지 못할 이유도 없디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구축하게 됐다. 

- '전우치' 때도 그랬지만 '외계인' 2부에서도 주인공들에 비해 악당에 해당하는 외계인들의 파워가 더 막강하다. 할리우드 영웅 스토리들이 대규모 전투와 악당을 화끈하게 처단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면 최동훈의 영화에서는 막상막하 싸움이 펼쳐지는 수위랄까. 

▶ 저는 영화를 표현하는 수많은 스타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서스펜스다. 제가 잘 구현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스펜스가 있는 영화를 볼 때 좋아한다. 만약 사랑 이야기를 만들더라도 서스펜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타짜'에서 화투 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서스펜스가 있게 찍으려고 했었다. '외계인' 2부에서 대규모 액션신이 나오기는 한다. 인물들이 벽란정에 가면서 이야기가 변하기 시작하는데 콘티 작가가 '30명의 밀본 도사들과 액션을 벌이고 시작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그 액션신을 짜다가 다음날 '우리는 액션을 찍지 말자. 아무 액션도 하지 않는데 무언가 찾아다니는 신으로 구성하자'고 바꿨다. 

뒤이은 액션들도 규모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영화가 근본적으로 SF와 판타지, 또는 약간의 공포 영화 같을 때도 있고 코미디의 클리셰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장르가 크면 클수록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리얼하게 받아들여지기 요원한 부분이 있었다. "CG 자랑은 하지 말자"는 원칙을 고수했다. 외계인 또한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찍는 방식으로 하려 했다. 마지막 액션신은 악전고투하는 사람들 위주여서 리얼한 인간의 이야기로 보이기를 바랐다.  

- 아내이자 제작자인 안수현 대표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도 궁금하다. 

▶ 끊임 없이 저에게 자극을 준다. "1부를 보디 않은 관객들도 2부를 볼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걸 염두에 두고 편집하자"고 이야기를 해준다거나 제가 2부 타이틀 시퀀스 장면을 6개월동안 편집을 했는데 저는 되게 멋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제작자는 "몰입이 잘 안된다"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계속 자극을 준다. 어떨 때는 힘이 들지만 그렇게 2부 작업을 해나갔다. 제가 작업할 때 "우리 만족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많이 해줬다. 

- 대중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은 없다. 그저 이름만이라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저는 철이 안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그렇게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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