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경선] 공화 텃밭의 진보층 "끔찍한 트럼프 막으려 바이든 선택"

김동현 2024. 2.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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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투표소에 트럼프 재집권 우려한 진보층 발길
"바이든 나이 많지만 좋은 사람…트럼프 대통령 되면 모든 것 파괴"
美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된 사우스캐롤나이나주의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투표 관리요원들이 유권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2024.2.3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트럼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뭐든지 해야 한다. 그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자아 도취자이며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달린 브래들리(73)씨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한참 털어놨다.

자신을 한때 공화당에도 표를 준 무소속으로 소개한 브래들리씨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총 46개 카운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브래들리씨는 "바이든이 나이가 많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쇠하지는 않고, 지혜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브래들리씨처럼 트럼프의 재집권을 걱정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랜디(48)와 크리스티(49) 슈뢰더 부부는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지만 트럼프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람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 낙태권 법제화 실패 등 일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씨는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바이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것이고 난 그게 괜찮다"고 했고, 랜디씨는 "정치인들은 전부 나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美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된 사우스캐롤나이나주의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2024.2.3

민주당은 주별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데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첫 공식 경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경선에서 초반에 고전했지만, 네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덕분에 바람을 일으켜 결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유권자 대부분이 백인인 아이오와주나 뉴햄프셔주보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더 잘 반영한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경선을 치르게 해달라고 했고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반발한 뉴햄프셔주가 DNC의 결정을 무시하고 지난달 먼저 경선을 진행했지만, DNC는 뉴햄프셔주의 결과를 최종 대의원 산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려면 전체 서약 대의원 3천788명의 과반인 1천895명을 가져가야 하는데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서약 대의원 55명이 걸려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손쉽게 이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 외에 딘 필립스 하원의원과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이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들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머슨대가 지난달 2∼3일 한 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참여자의 69%가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했고, 필립스 의원은 5%, 윌리엄슨은 3%에 불과했다.

美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된 사우스캐롤나이나주의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 2024.2.3

투표소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탐탁지 않아 하는 진보 유권자도 있었다.

자신을 주 교육부 직원으로 소개한 숀(33)씨는 성소수자 인권과 낙태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바이든의 중도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난 정치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이길 가능성이 없지만 가치관이 비슷한 윌리엄슨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소 관리요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의식한 듯 부정 선거 논란을 차단하는 데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관리요원인 레이 길리씨는 "지난 대선 때 개표기 조작 논란이 있지 않았냐"며 투표소 입구에 붙인 '제로 테이프'(zero tape)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제로 테이프는 투표 시작 전에 그 누구도 개표기에 손을 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개표기에 집계된 후보별 득표수가 모두 '0'인 상태에서 출력한 문서로 모든 투표장에 붙여놔야 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압승하더라도 오는 11월 본선 때 이곳의 투표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전망이 우세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1976년 지미 카터 이래 늘 공화당이 승리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이며 올해 대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와 달리 모든 등록 유권자가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로 진행된다. 다만 이날 열리는 민주당 경선과 오는 24일 예정된 공화당 경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美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된 사우스캐롤나이나주의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 입구에 개표기를 조작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제로 테이프'가 붙어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후보별 득표수가 '0'으로 돼 있다. 2024.2.3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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