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돌려 “미친X”…트럼프, 변호사에 욕설도 뱉었다

김가연 기자 2024. 2. 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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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민사 재판을 승소로 이끈 여성 변호사 로버타 캐플런(58)은 “트럼프가 내게 욕설의 의미가 담긴 은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플런은 이날 한 팟캐스트의 출연해 “이전에 다른 사건 증언 청취를 위해 그의 마라라고 별장에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언 녹화가 끝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게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나요’(See you next Tuesday)라고 말했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 문장은 여성혐오적 욕설을 의미하는 일종의 코드”라고 설명했다. ‘미친 X’ ‘나쁜 X’ 등 의미의 욕설로 쓰이는 단어 ‘CUNT’를 쓰지 못하니, 이를 은유하는 문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문장에서 발음하는 대로 앞 글자를 따면 ‘씨’(C), ‘유’(U), ‘넥스트’(N), ‘튜스데이’(T)가 된다.

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흔하게 쓰이는 은어다. 온라인 사전을 제공하는 ‘딕셔너리닷컴’은 2018년 3월 등록된 페이지에서 “’다음 주 화요일에 만나요’는 경멸적 속어 ‘CUNT’를 돌려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위키피디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도 이를 설명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피해자 E. 진 캐럴(가운데)와 변호인 로버타 캐플런(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이 은어를 몰랐던 캐플런은 처음에 문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그때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며 “그래서 트럼프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우리는 (화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에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솔직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동료들이 설명해줘 그때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인 사라 롱웰은 이에 “10대 남자애 수준의 농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캐플런은 “만약 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면 분명 화를 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캐플런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의 변호인으로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 번이나 무릎 꿇렸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캐플런은 캐럴의 변호인을 맡았으며, 지난해 5월 승소했다. 당시 배심원단은 캐럴의 손을 들어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약 65억원) 배상을 명령했다.

캐플런은 지난달 26일에도 캐럴의 명예훼손 배상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배심원단은 “원고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을 거짓으로 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원고에게 실질적 피해를 줬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상금 8330만 달러(약 1108억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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