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안녕…” “안녕!아빠!”…코앞으로 튀어나온 영화 속 한 장면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2. 3. 20:39
[퇴근 후 방구석 공방- 40화. 모델러 ‘대리석고양이’ 박창식 작가 2부]
‘아빠...왜이렇게 늦게 왔어... 나도 늦어서 미안해. 이젠 내 걱정말고 아빠도 편히쉬어...
아빠... 안녕...’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대리석고양이 박창식 작가’의 디오라마는 단순히 상황설명을 하는 축소 모형으로서의 디오라마가 아닌 스토리와 감성을 담은, 때로는 미소짓게 하고 때로는 슬픔과 감동이 담겨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솜씨가 어우러져 더 깊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빠...안녕...‘
“6.25. 전쟁 때 유해 발굴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우연히 또 보게 됐는데 수십년이 지나서야 가족품에 돌아온 유해를 보고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저 감성을 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제작하게 되었죠.“
“‘아빠... 안녕’은 딸이 어릴적 전쟁으로 헤어져 돌아오지 못한 아빠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서 헌화하는 장면이예요. 파워슈트 안에 백골이 된 전사자가 아빠고 그 유해가 발견돼서 출입통제가 이뤄져 있어요. 앙상한 나무와 진흙탕,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슬픔 분위기를 연출했죠. 비 표현이 간접적으로 딸의 슬픔을 더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딸이 눈믈을 흘릴 뿐 오열하거나 하진 않아요.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거죠. 오히려 유해를 이제라도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있을것 같구요. 정갈하게 차려입고 국화를 한송이를 들려 그런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죽음의 경계,코키투스‘
“‘죽음의 경계,코키투스’는 피규어를 보고 스토리를 입혔어요. 아쿠아리움에 놀러갔다가 북극곰 피규어를 구매했는데 마침 마시넨크리거 슈트 이름도 ‘폴라베어’였거든요. 이 북극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피규어들로 이별이라는 주제에 맞는 상황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SF소설에서 읽었던 전장에서 죽어가는 병사가 보는 환상에 관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공격을 받아 죽어가는 병사가 있고 그 병사를 끝까지 살리려는 동료, 그리고 피냄새를 맡고 다가온 북극곰에서 전사한 연인의 형상을 보게 된다는 내용이예요. 약혼녀여서 피의 실루엣이 웨딩드레스처럼 보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5개의 강 중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탄식의 강 ‘코키투스’예요. 죽어가는 사람이 그 강을 건널 때 가장 후회스러운 일을 떠올리게 된다고 하는데 연인을 지키지 못했던 일을 떠올리는거죠. “
‘Adieu’
“‘마지막 인사..Adieu‘는 전사할 수 밖에 없는 작전을 앞두고 헤어지는 연인의 이야기예요.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을 안 보여주려 등을 돌렸어요. 여자가 상급자겠죠.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작전을 떠나는 겁니다. 이 장면도 영화에서 봤던 한 장면에 꽂혀서 구상하게 됐어요.“
‘안녕! 아빠~!’
“앞에 소개된 ‘아빠... 안녕...’이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었다면 ‘안녕!아빠!’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예요. 유튜브에서 미군이 파병후 돌아와 가족을 만나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아빠와 그를 기다리며 파티를 준비하는 가족들, 아내와 딸, 반려동물까지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만들었어요.”
“사실 처음 구상은 아빠가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빠는 전사하고 파워슈트만 오토파일럿 모드로 돌아왔다는... 슬픈 설정이었는데 와이프가 너무 작품이 우울하다고 해서 그 상황을 지워버리고 웰컴 파티로 바꾸게 되었죠. 바꾸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들죠. 하하하”
‘어느 좋은 날‘
“‘어느 좋은 날’은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자가 홀로 떠돌다 오랜만에 햇살을 느껴보는 장면을 상상하며 작업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삶에서 햇살 한 줄기가 주는 포근함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기본적인 킷은 아카데미의 ‘포니’예요. 포니에 트럭타이어를 달아줬고 이 개조차량이 이 여자에게는 집이자 안식처인거예요. 밖으로의 부터 위협을 지켜주는 존재가 차인거예요. 밖은 온갖 위협이 깔려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좀비 손자국을 넣었어요.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존재라 ‘캐스트어웨이’의 ‘윌슨’ 같은 오브제가 필요할 것 같아 고양이 인형을 배치했어요. 제가 활동 닉네임이 ‘마블캣(대리석고양이)’이라서 넣어 봤구요. 차 주변으로는 좀비의 흔적들이 남아있어요. 바이오하자드 위험 표지판이 생물실험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설정이죠.”
‘BlueBird‘
“바닥에 몸이 갈라진 메카가 하나가 있거든요. 이 킷이 파란 줄을 타고 여자에게까지 이어져있는데 이 AI로봇이 파괴되면서 인간이 되고자 했던 욕망을 형상화해 표출된거예요. 그걸 다른 메카가 와서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죠.”
“AI시대가 오면 자아를 가진 로봇이 만들어 질까? 그 자아를 가진 로봇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인간이 되고 싶어할까? 라는 상상으로 구상했습니다.”
‘소녀의 놀이터‘
“1/35 스케일의 마시넨 크리거와 1/20 스케일의 소녀피규어가 있어서 활용을 하려다 보니 이렇게 전쟁기념관을 관람하는 디오라마가 나오게 됐네요. 두 피규어의 스케일이 맞지않아 일반적인 얘기로 풀어가면 소녀가 엄청 거인이 되거든요. 마침 쪼그려 앉은 자세도 귀여워서 딱 맞는 구성이었죠.”
“마시넨크리거를 좋아하는 이유가 슈트 안쪽에 사람이 보이잖아요. 그 표정을 보여줄 수가 있어 전달하고자하는 느낌을 담기 좋은것 같아요. 건담같은 로봇물은 파일럿이 탑승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표정을 담을 수가 없잖아요. 기계와 사람이 함께 등장시키는게 감성적인 표현에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귀환‘
“조이드를 킷배싱해서 만든 디오라마예요. 비넷에 가깝죠. 프로토타입 무기를 테스트하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이야깁니다. 위장도색이 안 되어있고 흰색인것도 프로토타입이라 도색을 안했다는 설정이구요. 등위에 포도 깨끗합니다. 무장을 달아만 놓았을 뿐 실제 발사는 안된다는 설정이예요”
“테스트 중 맞딱뜨린 적을 피하다 총탄자국, 그을음, 녹이 가득하고 파일럿 들도 상처를 입었지만 심각한 부상은 아닙니다. 본부에서 만난 엔지니어의 표정에서 안도함을 느낄 수 있구요.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설정으로 다소 낯선 느낌의 웅덩이를 배경으로 넣어줬어요.”
‘End of covid-19‘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모두의 소원이었죠. 그 당시 코로나 관련된 이미지를 다 축약해서 모형으로 보여줬음 좋겠다고 생각해 구상하게 되었죠. ”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미지를 좀 더 강렬하고 협오스럽고 괴기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쥐에서 시작됐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바이러스 안에 칼에 꽂힌 박쥐형상의 피규어를 배치했고 촉수들이 배경을 붙잡고 있는데 배경은 사람 ‘폐’ 형상입니다. 폐에 들러붙어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메딕이 제거한거죠. 메딕은 메가미 디바이스 솔져 스나이프란 킷인데 포즈를 보시면 ‘덕분에 첼린지’ 손모양을 하고 있어요. 메딕의 형태나 도색은 엠블런스에서 영감을 받았구요.”
‘First contact‘
“이 작품은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게 오픈 된 스토리로 만들고 싶었어요. 피드백을 들어보면 ‘고대무기의 봉인을 해제하러 온것 같다.‘’아니다.제거하러 왔다.‘등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해석이 있어 재밌었어요.”
‘Fluorescent Candle‘
“외계행성의 오지,정글을 탐험하는 탐험대 컨셉입니다. 우주를 탐사하는 탐사대를 만들고 싶었는데 외계의 오지면 지구보다 더 험난할테니 강화 슈트를 입어야 할 것이고 어디든 메달리기 좋은 로봇은 발이 뾰족하지 않을까, 정글이면 화기보다는 톱이나 도끼같은 무기가 좋겠다. 이런식으로 풀어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탐험대니까 스폰서가 있어야겠죠. 반다이 킷으로 만들었기에 스폰서 마크는 반다이를 붙여줬어요. 그러고보니 가장 최신작이네요.”
“제가 중점으로 연출하는 부분은 사람간의 관계. 연인, 친구, 가족 이런 인간관계를 보여주는걸 좋아해요. 디오라마에 메카만 있다던지 전차만 있는게 아니라. 전차를 조정하는 사람, 파워슈트를 입고 있는 파일럿, 그 사람의 동선, 손짓, 손가락의 방향, 시선 맞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지 킷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걸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할 계획입니다.”
작은 공간에 큰 감정을 담아내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디오라마, 그 안에는 작가의 마음과 이야기가 함께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감성과 스토리를 담은 디오라마는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하며, 작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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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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