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갖추고도"…100% '운'에 맡겨야 하는 미국 취업비자

YTN 2024. 2. 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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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한국인 유학생 중 상당수는 능력을 인정받고도 현지에서 취업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전문직 외국인에게 주는 취업비자를 100% 추첨으로 발급하는데, 유학생 중 한인 비중에 비해 발급 건수는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현지 한국계 기업들도 한인 인력 수급에 고충을 호소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안미향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미국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까지 마친 최서연 씨는 두 번 시도 끝에 미국 IT기업에 정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입사 요건은 충분했지만, 취업비자를 신청했다가 탈락했었기 때문입니다.

[최서연 / IT업계 취업 : 저도 울고불고도 몇 번 했고 (비자를) 받았을 경우에는 믿기지 않아서 오히려 조금 이게 뭐지 맞은 게 맞나? 왜냐면 종이 한 장 오는 것뿐이니까 그랬는데….]

최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한국인 유학생 중 상당수는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춰도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신청할 수 있는 전문직 취업비자, H-1B가 100% 추첨으로 발급되기 때문입니다.

H-1B 비자는 회계사와 건축사, 엔지니어 등 전문 지식을 가진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로, 연간 학사 6만5천 개, 석사 2만 개를 추첨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H-1B 비자 신청자 수는 75만9천여 명으로, 발급 정원의 8배 이상 몰렸습니다.

이들 중 H-1B 비자를 받는 한국인은 연간 약 2천 명 수준.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선 상당히 적은 숫자입니다.

[송새결 / 텍사스대 유학생 : 특히 개발자 쪽에서도 정말 실력이 뛰어난 애들도 되게 많이 봤는데 안 된 사례들이 현저히 더 많다고 느껴져서….]

취업비자 추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유학생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 기반을 둔 한국·한국계 기업들도 인력 수급의 고충을 호소합니다.

이 한국계 기업은 지난해 한국인 4명에게 취업 비자를 후원했지만, 모두 추첨에서 떨어졌습니다.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 취업비자 문제가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정길 / 한국 회계법인 오스틴 지사 회계사 : 한국 쪽에서 협력사나 진출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은 커지고 있어서 저희도 직원이 필요하거든요. 근데 한인 직원을 뽑는 게 너무 어려워요. 저희는 많이 아쉽죠. 이분들을 저희가 H-1B 지원을 할 때는 처음부터 해주는 경우보다는 어느 정도 같이 일해보고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이고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안 됐을 경우에는 저희도 인적자원에 손해가 많고….]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취업 후 장기 체류를 희망할 경우, 취업비자 외에도 다양하게 있는 비자 제도를 꼼꼼히 알아볼 것을 조언합니다.

[윌리엄 장 / 이민 전문 변호사 :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그 일을 하면은 미국 사람들이 그 일을 빼앗긴다, 이렇게 생각해서 많은 국회의원이 반대해요. 근데 그거는 잘못 생각하는 거거든요. 제일 좋은 거는 H1-B도 해보지만 만약에 취직한 데서 영주권도 해준다면 영주권도 미리 하는 게 좋고요. 다른 비자도 알아보는 게 좋고.]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국가는 대미 자유무역협정, FTA를 통해 취업비자 할당을 최대 무제한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인 유학생 입장에선, 현재 미국 상하원에 계류된 한국인 취업비자 인원 확대 관련 법안 통과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오스틴에서 YTN 월드 안미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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