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로봇화… 머스크의 ‘뉴럴링크’ 혁신인가 사기인가? [미드나잇 이슈]
BCI 석학 “기존 기술로 혁신 없이 장사한다”
실험동물 안락사 등 폭로에도 환자 지속 모집
“뉴럴링크 칩을 뇌에 이식한 최초의 환자가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초기 결과에서 양호한 신경 자극감지를 확인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으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많은 비판도 따른다. 이미 한참 전에 개발된 기술을 혁신인 것처럼 광고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약속하며 상품을 파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임상시험 승인도 받았지만, 윤리적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머스크의 도전은 혁신일까, 사기일까.
◆첫 번째 칩 이식 환자, 어떤 시험 할까?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2016년 7명의 과학자, 공학자 등과 손잡고 설립한 신경 기술 회사다. 이 회사의 존재는 2017년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로 세상에 처음 드러나게 된다.
머스크는 이때 뉴럴링크가 “트랜스휴머니즘(로봇과 인간의 결합)이라고도 불리는 인간 향상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단기적으로 심각한 뇌 질환을 치료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2021년 4월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모습을 시연해 화제를 모았다. 뉴럴링크는 이런 동물 실험을 수년간 진행한 뒤 지난 5월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10명의 환자에게 장치를 이식하는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된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머스크가 지난달 29일 첫 번째 환자의 이식 성공을 발표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식했는지, 어떤 시험을 수행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불린다”며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뉴럴링크 첫 번째 칩 이식 환자는 생각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기계 등을 움직여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뉴럴링크와 머스크의 홍보를 학계에서는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 분야 권위자인 미겔 니콜레리스 듀크대 교수는 뉴럴링크의 원숭이 실험 모습이 공개된 뒤 과학저널 인버스와 인터뷰에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모방하고 있으며 전혀 혁신적이지 않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보다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실제로 BCI 분야는 수십년간 많은 성과를 내왔다. 니콜레리스 교수 연구팀은 원숭이 뇌에 전극을 이식해 뇌파 측정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을 이미 2000년에 성공했다.
2004년엔 비영리목적 BCI 연구 컨소시엄인 ‘브레인게이트’ 연구진이 사지가 마비된 환자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TV를 작동하고 이메일을 보내도록 했다. 이후에도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하반신 마비 환자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공을 차게 하거나, 사지 마비 환자가 물을 마시게 하는데 성공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선 칩을 뇌에 이식한 사지 마비 환자가 태블릿PC를 조종하기도 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 설립 전후 BCI 학계에서 많은 과학자를 영입했다. 그중 뉴럴링크 공동설립자 8명 중 한 명인 맥스 호닥은 니콜레리스 교수 연구실에서 몇 달씩 일했던 연구원이었다. 호닥은 2021년 뉴럴링크를 떠났으며 2022년에는 공동설립자 중 2명만이 회사에 남게 됐다.
니콜레리스 교수는 “머스크는 BCI 연구자들이 수십 년 연구한 공로를 팔아 자신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말하려 한다”면서 “그가 한 일은 단지 마케팅과 연극일 뿐이다. 그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물건을 파는 달인”이라고 비판했다.
인버스는 뉴럴링크는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지만, 인간이 기억을 되감거나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사용하게 하는 더 높은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의 연구가 실제로 장애를 가진 개인에게 도움이 되려는 것인지, 아니면 트랜스휴머니즘을 연구하기 위한 변명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원숭이 21% 죽었다는데 인간은 괜찮나?
뉴럴링크는 동물복지법 위반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동물권보호단체 와이어드는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뉴럴링크에서 실험한 원숭이 중 12마리가 뇌부종, 부문 마비, 자해 행동 등 종류의 기이한 증상을 겪었고 결국 많은 원숭이가 안락사 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원숭이 중 한 마리가 이식 수술 중 칩이 부러지는 사고로 뇌에 상처를 입었으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또 다른 원숭이는 이식 후 머리를 땅에 대고 피가 날 때까지 수술 상처를 후벼 파다가 결국 제어능력을 잃는 장면이 목격됐다. 와이어드는 실험 원숭이의 약 21%가 뇌 칩 이식 문제로 죽었다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동물보호단체 PCRM는 뉴럴링크가 여러 원숭이를 학대하여 수술로 인한 심리적 고통, 극심한 고통 및 만성 감염을 초래했고, 실험을 함께 한 UC 데이비스 대학도 이를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로이터통신도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동물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의료기술 및 의학전문 매체 네오스코프는 “의학 분야에서 실험동물이 죽는 안타까운 일은 종종 발생한다”면서 “다만 뉴럴링크가 잘못한 것은 투자를 받기 전에, 그리고 위험한 뇌 수술을 할 의향이 있는 환자를 모집하기 전에 이 모든 사실을 대중에게 미리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뉴럴링크의 홈페이지에서는 뇌에 칩을 이식할 환자를 계속 모집 중이다. 환자로 등록하려면 △만 18세 이상 성인 △미국인 △신체 장애(사지 마비, 하반신 마비, 시각 장애 또는 실명, 실어증 또는 언어 불능, 청각 장애 또는 난청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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