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기엔 밖이 너무 추워”…유튜브 하겠다는 30대 이렇게나 줄었다 [더 인플루언서]
유튜버, BJ, 스트리머 등으로 활동 중인 Z세대를 중심으로 크리에이터를 ‘취미’가 아닌 ‘업’으로 삼으려는 경우가 최근 몇년 새 부쩍 늘어났습니다.
하루라도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파이어족’ 트렌드도 크리에이터 열풍을 부추기는 하나의 이유지만 경제적 목적 외에 다른 이유로 창작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요.
팬데믹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었죠. 부캐란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본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입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본업 외에 여러 활동을 한다는 뜻으로 자리 잡았어요.
취미나 관심사를 통해 부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N잡’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불립니다. 쉽게 말하면 본업 외에 ‘딴짓’을 하고 잘되면 돈까지 버는 것이죠.
이를 반영하듯 취미나 관심사에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플랫폼도 속속 생겨났습니다. 특히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틱톡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이 숏폼(짧은 영상)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익화의 길을 열면서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시장은 여전히 N잡러 혹은 부캐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노력 대비 아웃풋이 안나오는 ‘레드오션’일까요.
이번주 <더인플루언서>에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경제)의 실상을 짚어보겠습니다.
실제로 유튜버는 장래 희망 조사에서 운동선수, 의사, 선생님 등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하는 직업이 됐습니다. 2022년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원하는 장래 희망으로 유튜버를 비롯한 크리에이터가 운동선수, 교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어요.
입시업계에서 오랜 기간 진로·진학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한 관계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조차도 ‘의사 될래, 100만 유튜버 할래’라고 물으면, 머뭇거림 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고 매일경제에 전했습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가 지난 2022년 한국을 비롯해 9개 국가에서 활동 중인 Z세대 크리에이터(16~24세) 52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6~18세 사이 수익 창출 크리에이터 348명 중 49%가 대학 진학보다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도비는 “Z세대는 크리에이터 경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이들의 기업가 정신은 콘텐츠 생산과 같은 비전통적인 직업을 추구하게끔 만든다”고 분석했어요.
10대들의 유튜버 사랑은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등 다른 직업에 비해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여요. 과연 그럴까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유튜버의 비율은 64.9%로, 2021년 73.2%, 2022년 72.3%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 사이 8.3%포인트가 줄어든 것인데요, 30대 이하 비율의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퇴사 후 전업 유튜버’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죠.
어도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크리에이터 경제 확장에 영향을 미친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39%)과 X세대(37%)였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콘텐츠 생태게를 떠받치던 이들 세대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의 열악한 수입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수억~수십억원을 번다고 알려진 소수의 ‘스타 크리에이터’와 일반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갭’이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됩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월 100만원을 벌기도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죠.
실제로 기자가 만난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은 “직장을 관두고 전업 크리에이터를 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죠. 소위 말해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의 경우에도 알려진 것처럼 직장인 연봉을 크게 상회하는 월수입을 거두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의 ‘쯔양’, ‘여행 유튜버’로 유명한 ‘빠니보틀’ 등은 셀럽에 가까운 다른 차원의 ‘슈퍼 인플루언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전업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면, 무작정 별을 쫓기보다는 냉철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조언입니다.
통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통상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은 영상 콘텐츠 조회수에 따라 후원금, 광고 등으로 이익을 얻는데요. 지난해 5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세청의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 현황’에 다르면 2021년 기준 크리에이터 연평균 수입은 2500만원이었습니다. 하위 50%의 평균 연간 수입은 40만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상위 1% 고수입자 342명의 연평균 소득은 7억13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유튜버)’ 상위 1%가 한 해에 벌어들인 수입은 약 2400억 원에 달해, 전체 유튜버 수입의 25%를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산업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말 기준 전체 산업 매출액은 4조 1254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체는 총 1만 1123개에 달했고요, 종사자 수는 3만5,37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인 이상 규모 사업체가 올린 매출이 1조5172억원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하고, 5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사업체들은 2015~2019년에 참여한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등 기업형 사업으로 성장하거나 성숙기에 접어든 업체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크리에이터 시장 판도가 점점 ‘개인’보다는 ‘기업(조직)’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 경험이 있는 사업체는 82.4%로 업체당 연평균 62.3편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은 국가간 경계(바운더리)가 없는 특성을 띕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기술 등으로 편리하게 자막을 달 수 있어 일각에선 ‘K유튜버’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는데요. 이번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한 경험이 있는 국내 사업체는 단 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실태 조사는 해당 산업의 국내 사업체들을 △영상 제작 및 제작 지원 △광고·마케팅 △매니지먼트 △온라인 비디오 공유 플랫폼 등 4가지 업종으로 구분해 사업과 인력 현황, 콘텐츠 제작과 인프라 현황 등을 상세히 분석했어요.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과기정통부가 2년간 실시해온 ‘1인 미디어산업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기업체의 실정까지 파악·조사해 국가 승인 통계로 처음 발표한 것으로 주목됩니다. 그만큼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중요도가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과 슈퍼챗(후원금), 그리고 광고 협찬입니다. 광고 협찬은 유튜버와 업체 간 개별 계약을 통해 진행됩니다. 제품간접광고(Product Placement·PPL)형태가 많습니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일단 구글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돈을 벌 순 없죠.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고, 지난 12월간의 공개 시청시간이 4000시간 이상이 되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조회수 1회당 광고료를 1~3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중간 광고가 더 들어가는 유튜버들의 경우 수입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영상 길이에 따라서 광고료가 다르게 책정되기도 합니다.
구글 계정을 하나만 만들어도 여러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 유명 유튜버들의 경우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선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구글 계정 소유의 전제는 한국 기준 만 14살 이상을 의미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에 앞서, 대략적인 예상 수익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도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억 6500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관련 경제가 급격히 성장중입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2022년) 국내에서만 1100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탄생하며 미국(3400만명), 브라질(7300만명)과 더불어 범세계적인 크리에이터 경제 성장세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아 공개한 ‘1인 미디어 창작자(유튜버 등) 수입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로 수입을 신고한 인원은 3만 4219명으로 집계됐어요. 2019년(2776명)과 비교하면 12배 넘게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유튜버 수는 변호사(6292명), 세무사(9611명), 건축사(8122명), 법무사(6783명)보다 많았고요.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 플레이보드 집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수익창출 유튜브 채널(구독자 1000명 이상 채널 수)은 인구 529명당 1개 꼴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178만명을 수익창출 채널 9만 7934개로 나눈 수치인데, 현재는 그 수치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어요. 같은 기간 유튜브의 본산지인 미국의 경우 인구 666명 당 1개 채널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은 유튜브 수익 채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 경제는 크리에이터 그 자체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생성형AI 등 창작자 툴의 진화로 큰 변화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2022년 이후 어도비 등은 크리에이터 업계 관련 보고서를 업데이트 하지는 않았습니다. AI 등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가 기대됩니다. 새로운 분석이 나오면 <더인플루언서> 구독자들에게 내용을 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이 새해 목표인 분들도 많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어도비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크리에이터의 67%는 정규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창작 업무는 부업으로 이어가는 이른바 ‘N잡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을 관두고 전업 유튜버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엔 ‘일반인이지만 인플루언서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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