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자유 보호하는 대체복무제···신청자 3년 새 86% 급감 왜
작년 10월 기준 267건에 그쳐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는데 신청자가 갈수록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긴 복무 기간과 한정된 복무 기관 등 징벌적 요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대체복무제 시행 3년, 여전히 제도의 징벌적 성격 논란’ 보고서를 보면 대체복무제 시행 첫 해인 2020년 1962건에 달하던 대체역 신청 건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267건으로 약 86.4% 감소했다. 2021년 574건, 2022년 453건으로 시행 이후 지속적이고 큰 폭으로 신청이 줄어든 것이다.
여호와의증인 신도 등 종교적 사유로 인한 대체역 편입신청자의 경우 2020년 1951건에서 2023년 10월 기준 261건으로 86.6%가 감소했다. 비폭력·평화주의 등 개인 신념에 따른 대체역 편입신청자는 2020년 11건에서 2023년 10월 기준 6건으로 줄었다. 인용 비율은 전체적으로는 93.8%였다. 다만 종교적 사유는 94.3%인 반면 개인 신념은 50%밖에 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면 이를 빌미로 병역 기피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쓴 형혁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현황으로 볼 때 시행 이전에 우려했던 종교 외적 사유의 확대나 판별기제의 투명성, 공정성 문제는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현행 대체복무제의 징벌성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로 현역 육군의 2배다. 복무기관은 교정시설로 한정돼있다. 합숙 복무만 허용되기 때문에 대체복무 기간 동안 자녀 양육과 가족 부양 등이 막혀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가질 경우 ‘양심의 자유 보장’이라는 제도 취지가 몰각된다고 비판했다.
국제기구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하나의 권리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가지면 안 된다고 권고한다.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어느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 또는 신앙과 조화되지 않은 경우에 의무적인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대체복무의 성격은 징벌적이 아니어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봉사가 돼야 하고 인권 존중에 적합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복무기간을 줄이고 교정시설 외 복무기관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형 조사관은 “시행 3년을 맞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의 도출은 제도의 징벌적 성격을 어떻게 판단하고 완화·제거할 것인가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형 조사관은 “현 제도의 징벌성에 대한 논란은 종국에는 제도의 정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지속적으로 징벌성 논란과 마주한다면 제도 도입 취지는 결국 퇴색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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