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ld] 어쩌면 위기 앞에서 필요한 자세...힘들 때 웃는 클린스만은 진정한 일류가 아닐까
[포포투=김아인]
분명 클린스만 감독은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이끌고 4강에 진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 오전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와 연장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준결승에 진출했고, 요르단을 상대하게 됐다.
대회 시작 전부터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많은 의문이 잇따랐다. 부임 초기만 해도 한국에 상주한다고 알려졌던 사실과는 미국에서 재택 근무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A매치 기간 외에는 '인플루언서' 활동까지 겸하며 K리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평을 받았고, 무전술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조별리그 내내 한국은 진땀승을 거뒀고, 극장 무승부를 기록하며 힘겹게 올라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후반 추가시간 극장 골은 벌써 4경기 연속 터졌고, 한국은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커져가고 있다.
과정 또한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공격진에 숫자를 늘리다가 중원이 고립되면서 수비 부담이 과중되고, 부실한 측면 풀백 과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매 경기 꾸준히 실점하면서 조별리그에서만 6실점으로 전체 2위에 해당했다. 조 2위로 16강에 간신히 올라가면서 1위에 비해 다소 빡빡한 일정으로 대회를 치러야 했고, 이어진 사우디전과 호주전에서도 계속 실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갔다.
그동안 클린스만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카타르 현지 취재진을 향해서는 숙소를 빨리 연장하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자회견에서 호주 매체가 한국을 이길 수 있는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을 꼽는다는 도발에도 전혀 상관없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어떤 순간에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선수들 사이에서 평판은 나쁘지 않다. 클린스만은 부임 후부터 공격축구를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자유로운 움직임을 맡겼다. 선수들의 전술적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튀니지전 후 “감독님께서 매 경기 모든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시는 것 같다. 경기 도중 (이)재성이 형과 위치를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감독님께서 'OK' 해주셨다. 이후 경기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3번째 실점 후 클린스만 감독의 웃음이 논란이 됐다. 조별리그 2위로 올라 가면서 일본을 피하게 돼서 웃은 게 아니냐는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긍정적인 점이 많았다” 등 끝까지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원하는 결과를 계속 내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벌써 한국은 지난해 사우디와의 친선전(1-0 승)을 시작으로 A매치 13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튀니지(4-0 승), 베트남(6-0 승), 싱가포르(5-0 승), 중국(3-0 승)을 상대로는 대승을 얻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은 수도 없이 많지만 결과에서만큼은 클린스만이 자신한 대로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우디전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두 번째 실축을 보자마자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 버렸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경솔한 행동이었고, 자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는 태도였다. 사우디 전역에서 분노했고, 경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만약 클린스만이 위기 상황에서 표정이 굳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쳤다면 이는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고, 미움을 받으면서도 한결같은 자신감은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여유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많고, 위기를 만들지 않는 예방부터 최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대회를 치르는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도 필요하다. 부담감에 쉽게 위축될 수 있는 대표팀에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인의 책임감을 중요시한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은 9년 만에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언제나 아시안컵 결과가 나온 후 평가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클린스만 감독이다. 일단 우승까지는 단 2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말 결과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s://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