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배상보험` 가입 400여곳 뿐? 폐업 공포에 문의 급증 [임성원의 속편한 보험]
최근 중처법 확대로 가입 문의 늘어
"보험사가 내 번호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거지?" "가입하라고 할 땐 천사더니 보험금 줄 때는 악마다."
보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이렇게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정말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보험이 아닐까요.
이 코너에서는 알아두면 쓸 곳 넘치는 다양한 보험 이야기로 막힌 속을 '뻥' 뚫어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알아봐도 보험이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복잡한 정보도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지난달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업종 무관)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중처법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과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하는 '기업중대사고 배상책임보험'(이하 중대사고 배상보험) 가입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지난 2022년 6월 출시 후 가입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관련 법 위반으로 최고경영자(CEO) 기소 사례가 잇따르자 가입도 증가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를 통해 중대사고 배상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올해 1월 기준 약 400곳이다. 작년 2월까지 270여건 가입에 그쳤으나 1년여간 100여건 가까이 가입이 늘어난 것.
이 상품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이 취급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등 순으로 이 상품을 팔았으며, 대형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한 건수가 36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까지 기업이 보험료로 낸 금액은 300억원에 수준이며, 아직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사고 배상보험은 지난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50인 이상 사업장 대상) 이후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를 보장하기 위해 나온 상품이다. 같은 해 5월 말 금융감독원이 판매를 허가하자 바로 다음달인 6월부터 국내 주요 손보사들이 앞다퉈 출시했다.
중처법은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 사업주나 경영자의 책임이 인정되면 손해 발생액의 최대 다섯 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사업주 또는 경영자에게 부과해 '직접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 수준도 강화해 사업주 또는 경영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사망 사고의 경우 징역의 하한형을 정하고 벌금 수준을 상향해 산업안전보건법 대비 처벌 수준을 높였다.
이렇게 형사처벌 및 민사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됐고, 피해자와 형사 합의 시 통상 손해액에 대한 배상만으로는 형사 합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책임보험 상품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면책' 항목이라 이에 해당 손해를 보장받기 위해 중대사고 배상보험으로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상품은 중대재해 발생 시 법원 판결에 따른 법률상 배상책임과 실제 피해액의 5배 이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한다. 단, 징벌적 배상책임은 자부담을 20% 적용한다.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 상품에 따라 소송 비용을 제공하고, 사후 대응을 위한 위기관리 실행 비용 등 컨설팅 비용도 지원한다. 법률상 배상책임과 징벌적 배상책임 담보는 필수이며, 공중교통수단·위기관리 비용·오염 손해 보장 확대와 배상책임 보상 제외 등은 선택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업종 및 회사 규모, 보상 한도, 세부 담보, 산재 이력 등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보상 한도를 100억원으로 하더라도 업종을 비롯한 책정 기준에 따라 7억9000만원, 4억원(위기관리 실행 비용 및 오염손해 담보 추가) 등으로 요율이 다르게 산출된다.
보험 가입은 보험설계사 또는 판매 공제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가입하려는 기업은 보험 가입 설문서 작성 후 견적서를 요청하면 된다. 이후 보험사를 선정한 뒤, 보험료 납부 및 증권 발행하면 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중처법 시행 직후 손보사들이 관련 상품을 출시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며 "최근에는 중처법 확대 시행과 건설업 등에서 중처법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의 사례가 나오자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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