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화약고…역대급 안보위기와 코스피 일병 구하기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2.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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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안보의 해다. 2차대전 후 3개 지역 이상에서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보는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경제를 살리려면 안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안보 위기가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자고 나면 국가 간 군사적 분쟁이 하나씩 늘어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은 새해 들어서도 진정될 조짐이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올 들어 홍해에서 후티 반군과 미국·영국 연합군간의 교전이 추가로 발생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맨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의 배를 기습하자 미-영 연합군이 반군을 상대로 폭격을 감행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교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파키스탄 지역의 이슬람교 수니파 거주 지역을 공격하고 파키스탄이 이에 대해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일단 휴전에 들어갔지만 언제 불씨가 다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세계에서 3개의 국가 간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분간 전세계 안보 환경은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 더 문제다. 오히려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커지면서 언제 어디가 화약고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안보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다리오 칼다라와 마테오 아이아코비엘로라는 두 명의 경제학자는 1900년부터 이어져온 전세계 지정학적 위험을 지수로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후 지정학적 위험지수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때는 이스라엘에서 하마스의 공습으로 전쟁이 촉발된 시기다. 지정학적 위험지수는 2023년9월 69에서 10월에는 139로 급등한 후 13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지수가 이 정도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00년대 초반 9·11테러와 미국의 아프간 공습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급증한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00년 이후 120년의 역사를 보더라도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걸프전쟁 등 전세계적으로 굵직한 전쟁이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 지금처럼 지정학적 위험이 높았던 적은 손에 꼽는다.

2024년 들어서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역에서의 전쟁에 더해 후티 반군과 미국과의 교전, 이란과 파키스탄간의 교전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은 한층 더 높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피터슨 연구소는 현재의 지정학적 위험이 1960년대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심화되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전쟁 확전 가능성
미국 외교협회(CFR)도 올해 미국을 위협할 안보 위협 중 가장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꼽았다. 이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등 다른 이슬람 국가와의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란까지 가세한다면 이 분쟁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꼽았다. 다음은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2024년 글로벌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았다. 국가 간 전쟁은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외교 정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 전쟁과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는지에 따라 전세계 정치와 경제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전쟁에 따른 위험이 큰 상황이다.

전세계 70여개국 선거의 해 ... 정치적 불확실성도 가세
안보에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가 2024년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된 ‘트럼프 리스크’다. 전세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떨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검증됐다. 국가반란죄의 판결이라는 사법리스크가 있지만 트럼프의 기세는 이를 극복할 정도로 거세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만 위대하게’ 만드는 정책을 펼 것이 자명하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 하는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이스라엘 편향적인 중동정책 등이 예상된다. 지금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외정책을 거꾸로 돌려놓을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하고도 2024년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국가가 70여개가 넘는다.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40억 명이다. 이미 선거를 치른 대만을 비롯해 인도, 유럽의회, 러시아, 멕시코 등이 올해 선거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정치 환경은 소용돌이 칠 전망이다.

안보 정치 경제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명확하다. 안보가 위기일 때는 안보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안보를 앞에 놓고 국내 정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정치가 소용돌이치는데 경제가 잘 굴러갈 리가 없다. 국가의 안보 이슈가 닥쳤을 때는 국민들의 생존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 정치를 통해 국가의 제도를 만들고 이 제도 위에서 경제가 굴러간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안보->정치->경제 순이다.

한국경제 불안정성 심화
지정학적 위험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정학 위험이 높을 때 전세계의 성장률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안보위기가 심해지는데 기업이 투자를 늘릴 리 없고 개인의 소비도 위축된다. 이 경우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분쟁의 당사국이거나 대외 개방도가 큰 국가의 경우 실물 경제 뿐만 아니라 외환-금융시장까지 불안에 휩싸여 악영향은 더 커진다.
한국 경제가 연초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당초 올해 우리나라 경기가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회복에 힘입어 경기가 호전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그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도 올해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각종 세금을 깎아주면서 경기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식 시장 전문가들도 올해 주가가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는 연초부터 이런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2669로 시작된 코스피(KOSPI)지수는 20일 만에 2472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와 소비심리는 연초부터 얼어붙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우리경제는 ‘상저하저’의 모양새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긴축이 일단락되고 반도체 경기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안보와 정치 이슈가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때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면 주가가 오르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북한의 행동과 이에 따른 영향력은 예전과 달라 보인다. 북한의 협박 강도가 세진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글로벌 안보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러시아 등 세계열강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피해가 한층 더 가중될 것이라는 점도 걱정을 키우는 부분이다. 안보 위험에 더해 정치리스크도 가세하고 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 환경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경제의 적은 불확실성이다. 특히 정치와 안보의 불확실성은 다른 불확실성과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 올해는 정치·외교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는 위험을 관리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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