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명의 시작, 우주항공 시대엔 루저가 되지 말자 [쓴소리 곧은 소리]
尹 정부, ‘행성 문명’ 연 일론 머스크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정신 필요
(시사저널=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인류의 제2 문명이 열리고 있다. 20만 년 전에 시작된 제1 문명은 이제 종착지를 향하고 있다. 제1 문명을 지구 정복이라고 한다면 제2 문명은 지구를 벗어난 행성 문명이다. 새로운 문명은 지구를 벗어나 행성계로 나아가는 것으로 달 거주지 구축과 화성 정착에서 비롯된다. 지구에서 2억km 떨어진 화성에 2030년쯤부터 인간을 보낸 후 정착지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전망이다. 그 시작이 10∼20년 안에 벌어진다. 출발 직전인 행성 문명은 인류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우주 과학자 로버트 주브린의 《우주산업혁명》에 따르면 붉은 행성 화성에서의 정착지 구축은 17세기에 유럽 사람들이 북미대륙으로 건너가 살기 시작하던 과정과 유사할 것이라고 한다.
17세기 유럽 사람들의 북미대륙 이주와 비슷
이런 제2 문명을 여는 데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한 사건이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 개발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국 이민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가 개발한 상업용 우주로켓 '팰컨'이다. 머스크는 국가 차원으로만 여겨왔던 우주 개발을 재사용 가능한 값싼 로켓을 활용해 민간에서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우주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머스크가 상업적인 우주 개발에 성공하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민간 우주 사업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머스크보다 조금 일찍 우주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영국의 버진 갤럭틱 등이다. 한국에도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 로켓의 추진장치인 멀린 엔진은 기존의 엔진에 비해 중량 대비 추력이 2배 이상이어서 전 세계 어떤 로켓 엔진보다 싸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졌다. 멀린 엔진 27개를 클러스터로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하는 팰컨 헤비는 1㎏을 우주에 내보내는 데 1680달러가 든다. 그러나 누리호를 사용하면 1㎏의 물체를 우주에 보내는 데 3만2000달러가 든다. 다른 나라도 3만∼4만 달러 수준이다. 스페이스X가 멀린 엔진에 이어 새로 개발한 랩터 엔진은 성능이 더욱 뛰어나다. 1㎏ 무게의 우주 발사 비용이 10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값싼 극초소형 위성이 개발되면 개인이 인공위성을 가질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팰컨 계열 로켓의 경력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스타링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 통신위성 1만2000개를 2027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사업이다. 현재 5900개가량 쏘아올렸다. 스페이스X는 저궤도 통신위성을 지구 주위에 촘촘히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 세계에 위성 인터넷과 통신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도 궈왕(國網) 프로젝트로 스타링크 같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상당수가 스타링크나 궈왕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 위성통신의 국내 이동통신 산업 잠식은 필연적이다. 한국 콘텐츠나 광고를 스타링크나 궈왕에 실어 내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저 멀리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우주 제조는 무중력 진공 상태라는 최적의 조건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화성이나 소행성에서의 고부가가치 자원 채굴도 조만간 인류 곁에 다가올 것이다. 화성 이주는 향후 30∼50년 사이 시작되고 한국도 예외 없이 화성 이주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위성통신 쓰나미에 이동통신사들 속수무책
우주환경은 군사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주 공간에는 군사작전에 필수 수단인 통신위성과 정찰위성, 항법위성 등 다양한 인공위성이 떠있다. 이런 위성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군사 정찰은 물론, 정밀한 작전도 어렵다. 미사일의 정확도는 매우 낮아진다. 우주 자산을 활용한 군사 임무가 많아지다 보니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우주군 또는 우주사령부를 이미 운용하고 있다. 현재 지구에서의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들 사이 경쟁 구도가 화성으로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주도로 30여 개 나라가 우주 관문 역할을 할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화성 정착지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 중인 아르테미스 계획이 그 기반이다. 한국도 아르테미스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소극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우주 경제와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하고 우주항공청 설치를 지난해부터 추진했다. 우주항공청법안은 국무회의에서 발의된 지 9개월 만인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5월 사천에서 개청한다. 윤 정부의 생각은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올드 스페이스)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산업적인 경쟁력을 갖춘 민간 우주 산업(뉴 스페이스)을 육성해 국제적 우주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항공은 70년, 우주는 60년가량 늦게 시작한 후발국이다. 민항기 산업은 항공 선진국의 공고한 인증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나 우주는 산업화 초기여서 열려있다. 한국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에 물리학도였던 일론 머스크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로켓 엔진을 개발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다. 일론은 창고를 개조한 공장 겸 연구실에서 우주 기술자들과 함께 숙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봐! 해봤어?"라고 했던 정주영식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팰컨 로켓 개발에 자신이 모은 재산 1억 달러를 모두 퍼부었다. 발사에 3번 실패하고 파산하기 직전인 4번째에 성공했다. 3번째 실패했을 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절대!"라고 했다(월터 아이작슨 《일론 머스크》).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갖춰야 할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폭넓고 창의적인 시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필수다. 따라서 과기부가 계획한 우주와 관련된 사업들을 우주항공청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또 영세한 우주항공 업계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고안해 지원해야 한다. 국내 민간 우주 업체의 2/3가 매출액 10억원 미만이다. 이런 규모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45년 우주 매출액 400조원 이상 달성은 턱도 없다. 한국이 또다시 우주항공 산업의 루저가 되지 않으려면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과 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게 우주항공청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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