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시위에서 미디어를 쫓아내는 진짜 이유
[기고] ②공사의 전장연 진압, 12월부턴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
공사와 경찰에게 용역깡패가 보인다…카메라 사라진 뒤 현장은
[미디어오늘 장호경 다큐멘터리 감독]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문화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0개 장애인·문화예술·언론단체는 지난달 31일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하철 행동 현장에서 전장연 활동가들은 끌어낸 서울교통공사가 다큐멘터리 감독과 기자 등 언론인을 끌어낸 데 언론자유 탄압을 비판하면서다. 기자들과 다큐멘터리 감독 등 언론인과 문화예술인들도 이 자리에 발언자로 섰다. 언론인과 문화예술인들이 낭독한 발언 글을 2편의 기고로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주
지난 1월22일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죽음을 추모하고, 그 동안 지하철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장애인들에 대한 서울시장의 공식 사과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1역사 1동선' 약속 불이행 사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해고 노동자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5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다.
이날 전장연 활동가들은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 의해 강제퇴거 당했고, 2명의 활동가가 연행됐다. 그뿐 아니라 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신분 확인이 이어졌고 특정 언론의 기자와 독립미디어 제작자, 다큐멘터리 감독 또한 강제퇴거 당했다.
나는 2021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행동을 3년째 기록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다.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은 2022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장호경 연출), 2023년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민아영 감독 연출) 두 번에 걸쳐 장편 다큐멘터리로 나왔다. 현재까지도 많은 제작자들이 전장연의 투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는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미디어 제작자 강제퇴거 조치는 작년 12월부터 본격 진행됐다. 이 때는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이 침묵 선전전으로 바뀌고 며칠 사이 활동가들 연행이 대거 이루어지던 때였다. 그 전에도 미디어 제작자 카메라를 가리거나 현장 진입 자체를 막는 행위는 있었다. 하지만 12월부터는 그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 12월1일 1명, 12월8일 2명, 1월5일 2명, 1월22일 2명, 1월30일 2명. 그리고 22일 이 날엔 언론사 기자들까지 강제퇴거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강제퇴거 과정에서 들은 말들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 한 감독님은 지하철 선전전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의 '카메라부터 치워'라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끌려 나왔다고 했다. 또 어떤 감독님은 내가 왜 나가야 하냐라고 따지니 '서 있기만 해도 안 된다', '전장연의 입장을 대변하는 촬영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는 '당신 불법 시위대잖아!'라고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피켓을 들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구호가 쓰여진 조끼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촬영 중이다' 항변해도 '내가 불법 시위대라고 하면 불법시위대'라고 받아쳤다. 그 과정에서 나를 밀쳐 뒤로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나를 역사 밖으로 끌어내던 지하철 보안관들은 내가 왜 나가야 하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해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원칙이 있고, 무슨 합리성이 있는가?
지하철 선전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현장을 기록하는 카메라부터 강제퇴거를 진행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무엇이 두려워 현장 기록을 막는가? 이것은 카메라가 사라진 이후의 전장연 활동가들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남겨진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에 대한 조롱과 멸시, 전동휠체어의 전원을 끄고 수동으로 전환해 밀어내는 반인권적 집행 방식, 그리고 장애인의 부자유한 신체를 역으로 이용하여 교묘하고 저열하게 행해지는 폭력들이다.
공사와 경찰의 집행이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면 오히려 더 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는 공무집행이, 공권력이 제대로 정당하게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확인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국민들에게 그것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음을 투명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이렇게 카메라를 막고 쫓아내는 것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치 않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올해로 23년째 다큐멘터리 제작을 해오고 있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의 현장을 기록하는 활동을 한다. 20년의 세월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요즘 겪고 있다. 심지어 2009년 용산참사를 기록할 때도 이런 일을 겪진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심지어는 경찰들에게서 흡사 그 때의 철거지역 용역깡패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 사회 필수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공사 직원들과 경찰들에게서 사적 폭력을 쓰는 용역 깡패들의 언어와 몸짓을 보게 되는 것은 매우 참담하고 우려스럽다. 고삐 풀린 공권력이 어떤 일들까지 벌였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강제퇴거가 언론에 보도되고 난 후, 서울교통공사에서 강제퇴거 당한 기자들과 독립미디어 제작자들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연락처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인 사과는 필요 없다. 공식적인 사과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약속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를 앞세운 전장연 탄압을 멈추고,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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