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돼지고기 안 먹다니’…중국 디플레 현실화?

세계 최대 소비국인데
가격하락에도 수요 줄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월1일 톈진을 방문해 모여든 주민들에게 춘절(설) 인사를 건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란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수도 베이징의 신민시장에서 만난 20여년 경력의 정육업자 말을 따 “돼지고기 값이 1년 전에 견줘 5분의 1 가량 떨어졌는데도, 판매량은 예년 명절 기간보다 3분의 1 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소비가 줄다보니 ‘명절 특수’에 따른 일시적인 돼지고기 값 반등현상도 사라졌단다.

중국 동부지역의 도축업자도 통신에 “예년엔 건설현장이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농민공)들이 명절이면 돼지고기 소비에 1천위안(약 18만5천원) 정도를 썼다”며 “올 해엔 300위안(약 약5만5천원) 수준 쓰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돼지고기 소비와 공급을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미국의 5배를 넘는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뒤 돼지고기 공급량은 급속도로 늘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물량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관계 당국이 가격 안정화를 위해 3차례나 비축분 구매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면서 불안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통신은 “최대 성수기가 코 앞인데도 돼지고기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소비 위축’과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중국의 경기침체 징후가 갈수록 또렷해진다는 얘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