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의료비 폭증···지역의료발전기금, 해법되나[박홍용의 토킹보건]
2022년 진료비 100조원 돌파···2년 만에 15조원 ↑
정부 등 재원으론 폭증 필수의료 인프라 수요 감당 못해
4월 10일 총선 이후 기금 설립 입법 속도낼지 주목해야
우리는 축소지향형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20~30대 젊은 층들은 직장을 잡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고 막상 직장을 얻는다고 해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때문에 감히 연애와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이 대세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마저 하향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세수가 덜 걷히는 ‘세수펑크’도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원래 걷어들여야 할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무려 56조4000억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것은 다 줄여도 결코 줄일 수 없는 비용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비용’입니다. 외식비용의 경우 한달에 4번 할 것을 1번으로 줄이면 되고 부동산의 경우 도심에서 멀어질 수록 가격은 내려갑니다. 본인이 직장과 먼 거리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료비는 상황이 다르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미 2022년 전국민의 진료비는 10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2020년 86조9544억원이었던 진료비가 2년 만에 15조원 가량이나 늘어난 것입니다. 2020년 169만원이었던 연평균 1인당 진료비도 2022년 199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의료비는 앞으로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진행되고 있는 국가다보니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입니다. 문제는 늘어날 의료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에만 기댄 구조로는 폭발적인 의료비 수요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기초 진료과목이자 필수의료로 꼽히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과목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줄어들면서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현상은 점점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늘어날 필수의료 수요를 감당하고 적재적소에 필수의료 생태계 부활을 위한 투자를 하기 위한 추가적인 재원마련이 시급합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 추가 재원은 바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입니다. 기존 건보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필수의료 인프라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돈 주머니를 만들어서 투자에 나서겠다는 구상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든 해외 사례는 옆나라 일본입니다. 일본은 2014년 1조6000억원 규모 ‘지역의료개호 종합 확보기금’을 만들어 도도부현에 설치했습니다. 일본은 기금에 필요한 재원 3분의 2를 소비세 증가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모아진 돈은 인력·재가 서비스 확충에 쓰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국회와 기재부와의 협의를 통해 지역의료발전기금에 대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지역의료발전기금외에도 기존 국가재정과 건강보험료 수입 이외의 재원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립대병원의 노후화된 의료·연구장비 등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겠다며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하는 등 창구 다양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사립대병원의 경우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기부금품 모집이 금지돼 있습니다. 정부는 기부금품 등을 통해 노후화된 국립대병원의 교육·연구시설 등 인프라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붕괴된 필수의료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생명·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 또한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오는 4월 10일 총선 이후 ‘지역의료발전기금’ 관련 입법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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