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깃털, 어디에 쓰였을까... '사냥용' 입증
[앵커]
과학적으로 복원된 공룡은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실제 공룡은 파충류 특유의 비늘 대신 조류처럼 깃털이 곳곳에 뒤덮인 모습인데요.
날 수 없는 공룡에게 왜 깃털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내 연구진이 원시 깃털을 공룡이 사냥하는 데 사용했다는 사실을 로봇 실험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양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도마뱀 같은 비늘 모양의 피부, 날카로운 이빨, 무거운 꼬리까지.
지금까지 영화나 책에서 본 공룡은 파충류에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1996년 공룡 깃털 화석이 처음 발견된 이후, 진화학적으로 공룡은 파충류보다 조류, 새와 닮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남은 의문은 하나, 하늘을 날지 못하는 공룡에게 왜 깃털이 있었는지 그 이유가 아직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공동 연구진이 공룡이 새로 진화하기 전, 원시 깃털을 이용해 곤충과 같은 작은 먹잇감을 사냥했다는 사실을 로봇을 이용해 밝혀냈습니다.
실험에 쓰인 공룡은 1억2천4백만 년 전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카우딥테릭스.
칠면조 정도 크기의 공룡으로 날지 못하지만, 앞다리와 꼬리에 커다란 깃털이 있다는 사실이 화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카우딥테릭스의 해부학적 구조를 본떠 만든 로봇 공룡으로 원시 깃털을 이용한 사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로봇 공룡이 천천히 다가가자 메뚜기는 제자리에서 죽은 척 가만히 있습니다.
갑자기 양 날개를 펼치자, 깜짝 놀란 메뚜기가 높이 뛰어오릅니다.
날갯짓하지 않고 다가갔을 땐 30마리 중 한 마리만 뛰어올랐지만, 날갯짓을 하자 27마리가 뛰어올랐습니다.
날개가 클수록, 날개 색이 밝을수록 뛰어오르는 메뚜기가 더 많습니다.
연구진은 또, 날개에 깃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메뚜기의 신경세포가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박진석 /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 박사과정생 : (깃털에) 하얀 색깔 패치를 더했을 때 탈출 반응 빈도를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비행에서는 쓸 수 없었던 원시 날개가 메뚜기의 탈출 반응, 그러니까 피식자의 탈출 반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연구진은 현대 조류 중에서도 '북부 흉내지빠귀'나 '큰로드러너'도 날갯짓을 해 곤충을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사냥한다면서 원시 깃털을 가진 공룡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사냥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융남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어떤 곤충을 잡아먹는 데 (원시 깃털이) 큰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것을 로봇을 통해서 우리가 보여드렸기 때문에 거기에 수긍을 하시는 것 같아요.]
로봇을 이용해 공룡이 원시 깃털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YTN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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