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알와크라] ‘전 경기 풀타임’ 소화, 체력적인 부담 상당한데도…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손흥민 “나라를 대표하는 데 힘들다는 건 핑계”

강동훈 2024. 2. 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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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알와크라(카타르)] 강동훈 기자 =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해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했음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던 클린스만호를 구해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6분 페널티킥(PK)을 얻어내면서 동점골의 발판을 마련했고, 연장 전반 14분엔 그림 같은 프리킥골로 승부를 뒤집으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둔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데 힘들다는 건 언제까지나 핑계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달렸던 이유를 설명했다.

어김없이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2선 중앙에 위치해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하는 그는 공격 진영에서 볼을 받으면 순식간에 드리블 돌파로 파고들면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다만 본인이 직접 마무리하기보다는 주변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잇달아 기회를 놓치면서 공격포인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 사이 클린스만호는 전반 42분 선제 실점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이후 승부를 뒤집기 위해 총공세에 나섰으나 번번이 기회를 놓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그때 손흥민이 영웅처럼 등장했다. 후반 추가시간 6분 페널티 박스 안 왼쪽 측면을 파고들 때 루이스 밀러(하이버니언)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PK를 얻어냈다. 이후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클린스만호는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손흥민은 그리고 연장전에서 다시 한번 클린스만호를 구해냈다.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수비벽을 넘기면서 골망을 출렁였다. 골키퍼 매슈 라이언(AZ 알크마르)이 팔을 힘껏 뻗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종전까지 이 대회 통산 16경기를 뛰며 레전드 이영표(은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손흥민은 이날 17번째 출전으로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역사를 쓴 가운데 자축포로 클린스만호의 4강을 견인했다. 동시에 9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자신에게 큰 아픔을 안겨 준 호주에 설욕까지 성공했다.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손흥민은 ”너무나도 어려운 경기였다.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만족하진 않지만, 어쨌든 결과를 가져온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고, 팀으로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서 기쁘다”며 “준결승에 진출해서 너무 기쁘다. 저희가 원하는 최종 목표(우승)를 위해서 다음 경기도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총평했다.

PK 상황에서 직접 차지 않고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제가 첫 번째 키커인 건 변함없지만,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었고 또 희찬이가 정말 자신 있게 ‘차고 싶다’고 말했다”며 “희찬이가 이제는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넣고 더 발전하길 바랐다. 결국 희찬이가 성공시켜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에서 뛸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질문에 손흥민은 “PK를 만든 장면을 보면 사이드에서 만든 게 아니라 가운데서 사이드로 밀고 들어가면서 반칙을 얻어냈다. 사실 포지션에 대해선 내가 원하는 포지션, 잘하는 포지션도 중요하지만, 감독님이 저를 어디에 기용하시든 경기에 들어가면 맞는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또 모든 포지션에서 잘할 수 있다”며 “주변에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보니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클린스만호가 계속해서 극장골을 넣으면서 살아나고 결국 승리까지 가져가는 것을 두고 이른바 ‘좀비 축구’라고 불리고 있다. 손흥민은 “어떤 축구를 하더라도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팀이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런 경기로 인해서 선수들끼리 믿음도 더 강해진다. 연장전 가면 대부분 지치기 마련인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주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하나로 뭉치는 것 같다”고 짚었다.

9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패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만큼 동기부여가 남달랐는지, 또 설욕했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손흥민은 “복수라기보단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9년 전엔 마음이 우승할 좋은 기회를 놓쳐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며 “그런 경기, 그런 경험들로 인해서 축구선수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꼭 그때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승리하고 싶었다기보단 저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답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부터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호는 2경기 연속 120분 경기를 했다. 그야말로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면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은 “축구선수를 하면서 2경기 연속 연장전을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서 뛰는데 힘들다는 건 언제까지나 핑계”라며 “이젠 정말 토너먼트에서 4개 팀만 남아서 우승컵을 두고 싸우는 데 핑계, 힘듦, 아픔 다 필요 없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는 듯했지만 손흥민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주장답게 동료들을 살뜰히 챙겼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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