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온지 4개월 만에 몸값 8억 상승…이제는 기계와의 전쟁 피할수 없다
[스포티비뉴스=괌(미국), 윤욱재 기자] KBO 리그에 온지 4개월 만에 몸값이 8억원이 상승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줬다는 의미다.
롯데는 지난 해 7월 18일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애런 윌커슨을 영입했다.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운 것. 당시 롯데와 윌커슨이 합의한 계약 규모는 총액 35만 달러(연봉 2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였다.
윌커슨의 투구는 '100만 달러 에이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윌커슨은 지난 해 7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KBO 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5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당시 11연승을 질주하던 두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 해 8월 6일 사직 SSG전의 호투는 눈부셨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윌커슨은 7이닝을 투구하면서 안타 1개도 허용하지 않았고 볼넷만 1개를 내줬다. 그러면서 탈삼진 6개를 수확하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윌커슨에 이어 등판한 구승민과 김원중도 SSG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지 않았고 경기는 롯데가 2-0으로 승리, KBO 리그 역대 3번째 팀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는 롯데 창단 이래로 처음 이룬 대기록이기도 했다.
윌커슨은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자랑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공격적이면서도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이면서 KBO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었다. 지난 해 13경기에서 79⅔이닝을 던져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활약한 윌커슨은 당연히 롯데의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지난 해 11월 18일 윌커슨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의 조건이었다. 지난 해만 해도 그의 몸값은 35만 달러(약 4억 7000만원)가 전부였지만 올해는 95만 달러(약 12억 7000만원)로 크게 상승하면서 불과 4개월 만에 몸값이 8억원이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윌커슨은 롯데와 재계약을 마치고 "2024시즌에도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게 돼 기쁘다. 새로 부임하신 김태형 감독님을 도와 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하루 빨리 사직구장에 돌아가 팬들과 호흡하며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상대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남은 시간 잘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지금 윌커슨은 롯데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시즌 동안 육아에 전념하면서 아빠 노릇을 했던 윌커슨은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육아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밝히면서 "확실히 야구보다 육아가 더 힘들었다"라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마침 윌커슨과 원투펀치를 이루는 외국인투수 찰리 반즈는 올해 초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 불참하기로 합의한 상황. 윌커슨은 "찰리와 함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찰리도 아이를 잘 키워야 하기 때문에 잘 남았다고 생각한다. 곧 부산에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고 새로 태어난 찰리의 아이도 보고싶다"라고 말했다.
윌커슨은 지난 해 KBO 리그 무대에 연착륙한 이유로 '주도권'을 꼽았다. "투수로서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는 윌커슨은 "상대 타자가 나에게 끌려오도록 주도권을 가져왔기 때문에 좋은 투구를 이어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KBO 리그는 변화의 시간과 마주한다. 정규시즌 개막부터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도입을 확정했고 후반기에는 피치 클락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윌커슨은 지난 해 마이너리그에서 ABS와 피치 클락 등 경험했던 선수로 자신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윌커슨은 "나도 올드스쿨이다. 모두가 적응을 해야 할 것이고 많은 부담도 있을 것이다. 결국 템포 싸움인데 템포만 잘 유지한다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침착하게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명장'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 출발에 나서고 있다. 윌커슨도 김태형 감독의 업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윌커슨은 "감독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도 올드스쿨의 방식을 추구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야구가 뉴 스쿨의 방식으로 접어들더라도 이기겠다는 마인드 자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젊은 선수들에게 그런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야구가 ABS, 피치 클락 등 '뉴 스쿨'의 시대로 접어들지만 '승리'라는 공통된 목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끝으로 윌커슨은 "올해도 작년에 좋았던 모습을 이어가고 싶다. 올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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