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가능할까?

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2024. 2.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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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첫 달을 보내며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Global) 주요국 주가지수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대만, 인도뿐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중국 상해종합지수보다 더 지수하락폭이 큰 모습을 보인 이유로는 실적발표 시즌(Season)을 맞이해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줄줄이 어닝쇼크(Earning Shock) 수준이었고, 향후 실적 전망치인 가이던스(Guidance)도 부정적이라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왔음에 기인한다.

기업들의 절반 수준이 컨센서스(Consensus) 대비 발표한 영업이익이 예상치 대비 20% 이상 하회하거나 흑자예상이었던 기업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금융관련 업종의 순이익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관련 업종은 영업이익보다는 순이익을 중시 여긴다. 문제는 기업의 실적 악화뿐 아니라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주요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산업이 선도하고 있고,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일본은 로봇 등 기계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글로벌 시장(Global Market)에서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다소 높게 평가받는데 반해 한국은 아직 메모리(Memory)반도체(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미래 먹거리 성장산업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다. 이 때문에 실적 대비 주가수준인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여타국에 비해 비교적 낮게 평가 받는다.

투자자들의 시각에 한국은 올해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이 많았는데 이러한 전망이 깨지는 모습이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파이낸셜 포퓰리즘(Financial Populism)인 ‘핀폴리즘’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가 국내증시 저평가 해소책으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해소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다시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가치가 확실히 저평가되었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자산가치가 확실하고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현금부자 기업에 주목하자는 분위기다.

기업 가치를 개선한 우수기업이나 주주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인증 공시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소위 ‘주주친화주’ 인증을 받으면 각종 인센티브(Incentive)도 부여할 방침이라고 한다. 1월 말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발언에 의하면 이번 달 ‘기업밸류업(Value-Up)’ 프로그램(Program)을 통하여 해당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한다. 투자자 친화적인 증시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대상은 ‘만년 소외주’로 저평가된 주가순자산비율인 PBR을 개선하거나 적극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환원에 나설 기업이 대상이다. PBR지표가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에서는 기업가치제고 계획 등을 기재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토교증권거래소(TSE)가 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주가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한 뒤 닛케이225와 토픽스(TOPIX)가 각각 20% 넘게 상승한 사례가 있다. ‘PBR이 1미만’이라는 것은 회사가 보유하는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상장 모범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알려서 여타 기업들의 변화를 함께 유도함이 필요하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의 원활한 협업관계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최근 시장에서의 흐름은 기관들이 유가증권(KOSPI)시장에서 대표적인 저 PBR주로 손꼽히는 금융주, 지주사 등을 사들이며 유가증권 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었다. 반면 코스닥(KOSDAQ)시장에서의 매도물량이 상당부분 출회되었다. 주요 기업의 결산배당 기준일 변경도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조건 저 PBR종목이라고 바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순한 저PBR 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는 순이익 부분이 더 중요한 요소라 보인다. 상장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 가운데 처분이 쉽지 않은 비유동성자산일 경우에는 결국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PBR이라는 지표는 주주환원책이 불량한 기업들을 통제하기 위한 상징적 지표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상장된 모든 기업들에 대한 판단기준으로는 부족하다. 저평가 여부도 자본보다는 순익과 대비해서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것이 보다 의미가 있다. 순이익이 높고 꾸준한 기업들이 배당에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금융업에 있어서도 잉여자본 여력을 감안한 접근이 유효하다. 단순하게 PBR이 낮다고 해서 모든 회사들이 무조건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자산 중에서도 현금은 그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항목 중 하나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서 부채 등을 제외한 순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크다는 것은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순 현금 1000억 원을 보유한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500억 수준이라면 현금 1000억 원을 해당 상장사로 시가총액인 500억에 매수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주주환원 재원으로 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 만큼 현금을 여유 있게 확보한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현금이 많고 저평가되었다고 무작정 투자했다가는 밸류트랩(Value Trap)에 갇힐 위험성이 있다. 싼 주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 상태나 현금흐름,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는 것이 유용하다. 유가증권시장의 기업들은 순자산이 많은 대형 우량주이기는 하지만 성장성이 높지 않아서 주가가 저평가인 곳이 많다. 반면 코스닥 기업들은 실적보다 성장성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태영건설의 경우에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000억 수준인데 시가총액이 930억 원이라 저평가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현재 워크아웃(Workout; 기업개선작업) 상태인 것을 보아도 단순한 저PBR 지표로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는 것이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 중에서 저PBR 종목이 주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제한과 자산주의 취득, 보유, 처분 전 과정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자사주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아쉽게도 이번 발표에서 제외되었다. 자사주가 임직원 스톡옵션(Stock Option) 등 여러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소각 의무화 대신 다른 방안을 통해 자사주 악용을 막을 방침을 밝혔다. 실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소각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효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자사주 제도개선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보면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배당을 미리 알고 투자를 하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배당락이 발생한 이후에 공시를 하니 사실상 배당을 모르고 투자하는 셈이다. 과거 배당기준일이 12월 말이고, 주주총회를 하고 배당액 확정을 3월에 하며 4월에 지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3월 주주총회 배당액을 확정하고 나서 4월 초 즈음 배당기준일을 정해서 4월 말에 지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주요 금융지주가 결산배당 기준일이 연말에서 배당금 확정 이후로 바꿨다.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따랐다. 결산배당에만 정부방침이 먼저 적용되면서 2023년 결산배당과 1분기 배당기준일 시기가 겹치면서 3월말에 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면 연말배당과 분기배당을 동시에 받을 수있게 된 셈이다. 2월 들어 정책적인 변화 기대감인지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유입되며 저PBR 주식, 지주회사 관련주, 금융지주 관련주의 급등이 시장의 분위기를 좋은 모습으로 이끌고 있다. 만성적인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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