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선출 흑역사 또 반복…관전 포인트는

나원식 2024. 2. 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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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권영수·김동섭·우유철 '외부' vs 김지용·장인화·전중선 '내부'
4대 김만제 전 회장 외 모두 '포스코맨'…순혈주의 깨질까
정치권 압박에 호화 출장 논란까지…새 회장 과제 산더미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포스코 회장 인선의 흑역사가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포스코는 새로운 수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새 수장을 찾는 과정도 순탄할 리가 없습니다. POSCO홀딩스 이사들의 호화 출장 논란과 갑작스러운 경찰 수사, 내·외부 세력 개입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최근 6명의 최종 후보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포스코 출신 3명과 외부 출신 3명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포스코의 순혈주의가 깨질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철강 업계에서는 새 회장이 공대 출신 정통 철강맨이냐, 아니면 비(非)철강 전문가냐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과연 후추위가 논란 속에서 최종 후보 1인 선임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는 평가가 여전한데요. 우여곡절 끝에 선출될 새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기존 철강 사업을 넘어 친환경 미래 사업을 확대하며 변신을 꾀하던 포스코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관심사입니다.정권 바뀌면 수장 교체…곳곳서 '잡음'도

지난 2018년 6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포스코의 새 수장으로 첫걸음을 뗐습니다. 그는 정통 포스코맨이었는데요. 다만 창립 후 처음으로 비(非) 엔지니어 출신이자 김만제 전 회장 퇴임 이후 20년 만에 나온 비(非) 서울대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포스코를 두고 'S대 마피아',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등의 용어를 써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는데요. 포스코 회장직을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의 경우 이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겁니다.

최 회장이 새 수장으로 선출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건 지난 2017년 5월입니다. 이후 지난 2018년 4월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임기 2년을 앞두고 돌연 사임을 하게 됩니다. 하차 과정에 정권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던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 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곤 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 당시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정권 개입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인천의 한 호텔에서 포스코 전임 회장들이 모였다"며 "(이곳에서 한 참석자가) 장하성 청와대 실장 뜻이라며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전임 회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당시 청와대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포스코도 해명 자료를 내고 "포스코 전·현직 회장들이 따로 만나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요.

또 당시 포스코 바로세우기시민연대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긴급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사임 후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정치권이 압박을 가한 겁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후 곧장 최종 후보군 5명을 선정했습니다.

애초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깜깜이 인선' 논란이 일자 다시 후보군을 모두 공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고요.

호화 출장·호화 별장 논란 등 내외부 압력

그로부터 벌써 5년여가 지났지만 포스코의 새 수장 선출 과정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일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최종우 회장이 이번 신임 회장 후보 인선 작업에 관여했다는 일부의 의혹을 반박한 건데요.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특정 시민단체와 일부 유튜브에서 '현직 CEO가 31일 후추위 회의장에 불법적으로 방문해 후보 인선 작업에 관여했다'는 거짓되고 일방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최 회장은 31일 이사회 이후 후추위 회의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업무방해 혐의로 최 회장과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한 것과 관련한 대처로 풀이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해외 이사회를 진행하며 7억원가량의 비용을 불법적으로 집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초호화 이사회가 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경찰은 포스코홀딩스가 호화 별장을 매입해 운영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애초 최정우 회장은 올해 3연임에 도전할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회장 선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부 압력이 거세진 뒤 최 회장은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그야말로 논란의 연속이어죠. ▷관련 기사: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안 한다…후보군에서 제외(1월 3일)

포스코맨이냐 외부 인사냐…새 수장 경영 전략도 관심

이런 논란 속에서 후추위는 최근 6명의 후보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포스코 출신의 내부 인사 3명과 외부 인사 3명으로 균형이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포스코 출신으로는 김지용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장과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전 엘지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 3명이 후보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관련 기사: 포스코 회장 후보군 6명 확정…절반이 외부 인사(2월 1일)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 파이널리스트 6인. /그래픽=비즈워치.

포스코는 그간 4대(1994∼1998년)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면 외부인을 수장으로 앉힌 적이 없습니다. 김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을 지낸 인물인데요. 당시 김 전 회장을 앉힌 건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포스코가 직접 승계 절차를 통해 수장을 비(非) 포스코맨으로 앉힌 적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출신 회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외부 인사가 수장에 오르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내부 인사가 수장에 오르게 되면 그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통 포스코맨이었던 최정우 회장에 대한 평가도 좋았습니다. 그는 포스코 그룹의 이차전지 소재·에너지 등 비철강 사업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됩니다. 포스코 그룹을 철강사에서 미래 종합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겁니다.

철강 업계에서는 이번 후보군에 공대 출신의 정통 철강맨이 많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정우 회장의 경우 포스코맨이었던 것은 맞지만 '철강 전문가'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포스코 내부에서는 철강을 아는 회장이 포스코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새로 회장을 맡게 될 인물이 과연 포스코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관심사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발표 자리에서 "CEO가 바뀌더라도 배터리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되돌리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과연 새 수장의 마음도 같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의 사업 구조나 경영 전략이 변화했다"며 "새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후추위는 이달 7~8일 심층 면접을 거쳐 8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과연 어떤 인물이 포스코를 이끌어갈지, 또 포스코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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