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600원 다가서자…‘보험사 공짜 주유’ 꼼수
휘발유 값이 일주일 사이 21원 가까이 올라 1600원대에 다가서면서, 주유비를 아끼려고 ‘공짜 주유법’까지 찾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자동차 보험사의 비상 급유(給油) 서비스를 이용해 연료를 넣으려는 이들이다. 고물가로 주유비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긴급 주유 목적으로 제공되는 보험사의 급유 서비스까지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운행 중 연료를 완전히 소진한 차량이 운행을 멈추면, 긴급 출동해 정해진 한도 안에서 연료를 넣어 주는 비상급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보험사는 일반 휘발유나 경유를 1일 1회 3리터(L) 한도로 연 2회까지 주유해준다. 다른 보험사들도 같은 양의 기름을 연 2~3회 정도 제공하는 비상급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경기 안양시에 거주하는 김모(53)씨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다 비상급유 서비스로 1L를 먼저 채우고 나머지를 주유소에 가서 넣었다”며 “한 달에 주유비가 20만~30만 원 정도 나가는데, 1L라는 적은 양이라도 아끼고 싶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직장인 최현준(40)씨는 주유비를 아끼려고 작년 10월 집 근처로 보험사 비상급유 서비스를 불렀다. 호출한 지 10분 만에 도착한 출동 기사는 기름을 넣고 차량 사진을 찍은 뒤 바로 떠났다고 한다. 최씨는 “요즘 주유비가 부담이라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있을 정도”라며 “보험 갱신일이 임박했을 때 몰아서 비상급유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에 가입한 후 처음에는 비상급유를 이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비상급유 서비스까지 이용한 데는 16주 동안 하락하던 휘발유 값이 상승세로 접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586.46원으로, 1주일 전인 지난 25일(1565.87원)보다 21원 가까이 비싸졌다. 이는 작년 10월 첫 주 리터당 1796원을 기록한 후 16주 연속으로 하락하다 반등한 것이다. 서울 지역 평균 가격도 1주일 만에 1644.95원에서 1676.72원으로 약 32원 가까이 올랐다.
한 자동차 동호회 카페에는 “보험 특약 들고 안 쓰면 손해니까 비상급유 신청했다”는 후기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카페 회원들은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도 몰랐다. 있는 건 써야지” “써본 적 없는데 아까운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보험 혜택을 악용하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민모(53)씨는 “주유비 아끼겠다고 보험사 비상급유 서비스를 불렀다는 친구가 있다고 해 놀랐다”며 “이런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특약 가입에 포함된 서비스라서 공짜 주유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보험료를 내고 주어진 혜택을 다 찾아 쓰는 일종의 스마트 컨슈머”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과거에 과도하게 서비스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연 2회로 서비스를 줄인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령 개정안 국회 통과… 2028년 3월 개원
- 부모·자녀 부양에 노후 불안까지…'돌봄 삼중고’에 내몰린 이 세대
- ‘면접 진행 미숙’ 고려대 법전원, 재시험 결정
- 日언론 “이시바, 내년 초 방한... 한일 정상회담 조율 중”
- ‘親韓, 특검법 이탈할라’…與, 게시판 논쟁 자제령
- 전교조 위원장에 박영환 초등교사 당선... 첫 30대 당선인
- 합참 “北, 열흘 만에 쓰레기 풍선 또 부양”...올해 32번째
- 감사원 “원장 탄핵 추진은 기능 마비시키는 것…헌정 위반하는 부당한 압박”
- 뉴진스 “29일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
- [만물상] 왕진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