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혐의받는 이탈리아 차관 결국 물러나… 의혹은 부인

김태훈 2024. 2. 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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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그림 절도범으로 몰려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차관이 결국 사임하는 길을 택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해당 그림은 처음부터 내 소유였고, 도난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그림은 복제품"이란 입장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1년 해당 그림을 스가르비 차관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그 결과 도난당한 '성 베드로의 포획'과 스가르비 차관이 소장한 그림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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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 그림 훔쳐 변조한 혐의 제기
"두 그림은 서로 다른 작품일 뿐" 항변

이탈리아에서 그림 절도범으로 몰려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차관이 결국 사임하는 길을 택했다. 다만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종전 입장은 계속 유지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비토리오 스가르비(71)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이날 사의를 표했다. 그는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그만두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위공무원인 차관 신분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이 공정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비토리오 스가르비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 미술품 절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사임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이탈리아 검찰에 따르면 스가르비 차관은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루틸리오 디 로렌초 마네티(1571∼1639)의 회화 '성(聖) 베드로의 포획’을 훔쳐 변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스가르비 차관은 “해당 그림은 처음부터 내 소유였고, 도난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그림은 복제품”이란 입장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성 베드로의 포획’은 11년 전인 2013년 토리노의 부리아스코 성(城)에 걸려 있다가 사라졌다. 수사기관은 절도범이 부리아스코 성에 침입해 액자에서 몰래 작품을 떼어내 달아난 것으로 보고 그 행방을 추적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1년 해당 그림을 스가르비 차관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본인이 유력 미술평론가인 스가르비 차관은 그해 열린 ‘빛의 화가들: 카라바조에서 파올리니까지’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 문제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소장한 거장의 미공개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지난 2000년 모친이 사들인 저택에서 운 좋게 주인 없는 그림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 곧장 반론이 제기됐다. 해당 작품이 2013년 사라진 ‘성 베드로의 포획’ 바로 그 그림이란 것이다. 한 언론사는 고해상도 스캔 기술까지 동원해 문제의 작품을 정밀 감식했다. 그 결과 도난당한 ‘성 베드로의 포획’과 스가르비 차관이 소장한 그림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긴 했다. 스가르비 차관이 소장한 작품의 왼쪽 상단 모서리 부분에는 양초가 그려져 있는 반면 ‘성 베드로의 포획’에는 양초가 없다. 이를 두고 언론사는 “스가르비 차관이 그림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작품 일부를 고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자신이 소장한 그림이 원본이고 2013년 도난당했다는 작품은 위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그림이 있을 뿐”이라며 “나를 상대로 절도 혐의를 거론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만간 진상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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