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도 못 참고 우르르…한국인들 '2조' 쏟아부은 곳이 [신현보의 딥데이터]
농축수산물 빼고 다 늘어난 中 직구
연말 3대 中 직구앱 사용자 '1000만'
저렴한 물건 보면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 담는 습관이 있었는데, 중국 직구 앱이 제 나쁜 습관에 불을 질렀어요. 계속 들어가서 하나둘 담게 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앱을 삭제했다가도 중독된 사람처럼 못 참고 다시 깔았어요. -40대 직장인 A씨
지난해 중국 해외 직접 구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이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에서만 약 2조원에 달하는 돈을 중국 해외 직구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물가 압박에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품목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직구로 2조원 쓴 한국인들
3일 한경닷컴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 직구액 3조2873억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으로 1조91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직구한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액수는 전년 대비 1조원 넘게 늘어났다. 비율로는 157%, 배수로는 2.6배 급증한 셈이다.
비율로 가장 많이 늘어난 중국 직구는 소프트웨어 197%였다. 이어 스포츠·레저용품 196%,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157%, 사무·문구 155%, 화장품 138%, 서적 134%, 컴퓨터 및 주변기기 133%가 평균 증가율인 121%를 상회했다. 이밖에 가전·전자·통신기기 114%, 생활·자동차용품 112%, 음반·비디오·악기 100%, 아동·유아용품 50%, 음·식료품 28%, 기타 21% 순이었다.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중국 해외 직구가 늘어난 것이다.
전년 대비 유일하게 감소한 상품군은 농축수산물이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대비 44% 감소해 2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알몸 김치', '소변 맥주' 등 여파로 인해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중국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인 직구 앱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iOS·중복포함)는 지난해 11월 560만명을 돌파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2배 넘는 수준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중 30대와 40대 비중이 각각 27%와 26%로 가장 컸는데, 유독 남성 사용자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40대 남성(15%)였다.
사용자가 급증한 테무의 MAU는 지난해 7월만 해도 1만명이 안 됐으나, 최근에는 360만명에 달하고 있다. 반년 만에 사용자 수가 360배나 폭증한 것이다. 테무도 40대 비중이 30%로 가장 큰 가운데, 그중에서도 여성 비율이 약 17%로 가장 높았다.
최근 패션과 뷰티에 관심 많은 20대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쉬인도 반년 만에 MAU가 2배 증가해 최근 45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세 개 앱의 12월 사용자 수를 합치면 966만명으로 약 1000만명에 달한다. 중복 사용자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많은 숫자다.
해외 직구액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압도했다. 2019년까지 18%에 그쳤던 전체 해외 직구액 가운데 중국 해외 직구액 비중은 2020년 20%, 2021년 26%, 2022년 28%로 늘더니 지난해 49%로 폭증했다. 반면 2019년 49%로 50%에 가까웠던 미국 직구액 비중은 2020년 45%, 2021년 40%, 2022년 38%, 2023년 27%로 최근 3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총물가상승률 2배 달하던 의류…소비자들 결국 중국으로
패션 품목의 중국 해외 직구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내 관련 물가 상승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류 품목을 포함하는 섬유제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0.55로 4년째 상승세다. 전년 대비 6.94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총 소비자물가상승률인 3.87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교·국제적 사건을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이 키워왔지만, 고물가 시대엔 저렴한 중국 직구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산은 품목이 한국보다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배송 기간이 한국 기업들보다 늦어도, 이것저것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고 싶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물가 국면이 이어지는 한, 중국 직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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