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을 더 두려워하게 될 것”…‘트럼프 2기’가 불러올 미래 [지식人 지식in]
토마스 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인입니다. 독일 뮌헨공과대학을 졸업했는데, 소설가가 됩니다. 그의 역작이 ‘마의 산’이라는 소설인데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한국어로도 번역됐습니다. 이 ‘마의 산’ 소설의 배경이 스위스 다보스입니다. 매일경제 취재팀이 1월말에 그 다보스를 다녀왔습니다. 그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세계 각지에서 유수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 학자들이 모여서 북적이던 탓에 토마스 만의 소설 속 한적하고 외로운 다보스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것인데요. 중국은 급격히 부상하는 세력이고 미국은 거대한 지배세력이기 때문에 두 세력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은 국제질서를 구축하여 78년 동안 대규모 전쟁이나 핵무기 사용 없이 세계적인 평화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경쟁과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이 거대한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실은 이미 구조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앨리슨 교수는 “바이든과 시진핑 두 사람이 가장 예민한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면서 “두 사람이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관계이지만 협력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또 “샌프란시스코 회동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잠깐의 휴식에 불과하다. 미중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니블렛 소장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예정된 많은 선거 가운데 미국 대선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선거”라면서 “트럼프는 딜메이커가 되고 싶어하고, 비즈니스를 원하고, 더 부자(나라)가 되길 원한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개발에 더 많은 제한을 둬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더 압박하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는 동맹의 리더로서 미국이 갖는 신뢰성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트럼프에겐 ‘미국 우선주의’가 중요할 뿐 대만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원한다면 그러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점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우려했습니다. 니블렛 소장은 이어 “일본이 미국 상품을 충분히 사지 않고, 유럽이 미국에 무역 흑자를 낸다면, 트럼프는 왜 미국이 그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냐고 반문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닥치면 한국과 일본은 중국을 더 두려워할 것이고 유럽은 러시아를 더 두려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앨리슨 교수 역시 “트럼프는 중국을 ‘주적(principal adversary)’으로 보고 있다”면서 “당장 최혜국 거래를 철회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는 모든 중국산 품목에 1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보다 크기가 큰 무역에 대해서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는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자 기술, 철강, 의약품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중국에 대해 경쟁적으로 거친 언사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겠죠. 그는 자신이 아는 중국인 동료 한명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정책의 결과는) 아마도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세계경제에서 분리(디커플링)하게 될 것 같다”고 말이죠. 중국 역시 트럼프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셈입니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등 중동사태는 지정학적으로 문제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동전쟁은 지역 내 분쟁에 그칠 뿐, 미중 패권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니블렛 소장은 “현재 중동 상황은 지정학 문제가 아닌 인류의 비극”이라며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되면 신냉전 역시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국 선거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포퓰리즘 기반 우파 정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정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분위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유럽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위축될 수 있어 지정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마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면 우크라이나 전황은 악화될 것이 명백합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까지 전쟁을 장기화할 공산이 크고, 이같은 유럽 상황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등에서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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