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빨리 오르는 집값…GH,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간극 메운다 [로컬이슈]
취약계층 부담없는 주거 기회 사다리... 내년 광교에 첫선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경기도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8.9배로 집계됐다. 이는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을 때 집을 살 수 있는 돈이 모이는 데까지 9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은 금리, 원자재비 인상에 따른 신규 공급 주택 감소와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무주택 서민이 소득만으로 주택을 매매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집값의 10~25%만 납부해 입주한 뒤 잔금을 채워나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세상에 내놨다. 경기일보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취지와 특징, 향후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일단 집값의 10~25%만 내고 입주…나머지는 ‘20년간 살면서 납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분양가의 10% 정도만 내고 입주한 뒤 잔금은 20년간 살면서 분할 납부하는 집’이다.
시중 은행에 매월 적금을 납입해 집을 살 목돈을 만드는 것처럼, 처음 10~25%에 불과했던 내 집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100%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민 A씨가 최초 분양가 5억원, 전용면적 60㎡ 규모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받고 최초 지분을 25%로 설정한다면, A씨는 1억2천500만원만 납부하고 입주가 가능하다.
이후 A씨는 해당 주택에서 20년간 살면서 ▲5년 차에 1억1천만원을 납부해 지분을 45%로 ▲10년 차에 1억2천만원을 납부해 지분을 65%로 ▲15년 차에 1억3천만원을 납부해 지분을 85%로 올려나간다.
20년 차에 1억500만원을 납부한 시점에서 A씨는 해당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20년간 공공 지분에 대한 사용료(임대료)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책정되며 지분이 높아질수록 임대료가 낮아진다.
특히 GH는 투기 수요 방지를 위해 의무 거주 기간 5년, 전매 제한 기간 10년을 설정하는 한편, 수분양자의 재산권과 거주 이전 편의를 보장하고자 전매 제한 기간 이후에는 매각 등 재산권 행사도 가능하게 했다.
다만, 매각 시에는 해당 시점의 수분양자 지분 비율에 따라 공공과 차익을 배분하도록 했다. 가령 주택 매각 시점에서 A씨의 지분률이 85%고 1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면 GH에 1천500만원이 귀속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김세용 GH 사장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사장은 “무주택자이면서 성실하게 직장에 다니는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을 통한 자산 형성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무주택자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지속하는 한편, ‘현실적으로 부담 가능한’ 내 집 마련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월급보다 빨리 오르는 집값…GH, “신속 공급 필요”
GH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제도를 선보인 가장 큰 이유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신속한 주택 공급’이다.
가계의 소득, 자산 규모가 상승하는 속도보다 집값이 상승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 무주택 서민, 청년, 신혼부부가 소득만으로 주택 매매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지난해 말 도내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867만원으로 전년 1578만원 대비 289만원, 18.31% 올랐다. 이를 전용면적 84㎡ 크기 아파트 분양가로 계산하면 집값이 1년새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은 572만여원으로 전년(540만원) 대비 6.1% 올랐고 2인 가구 중위소득은 368만여원으로 집계, 지난해(345만여원)보다 6.56% 상승했다.
단순 계산 시 2인, 4인 가구의 소득 상승폭보다 집값 상승폭이 3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도민이 연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했을 때 집값만큼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가 8.9배, 즉 9년으로 집계됐다.
이에 GH는 가계의 소득과 주택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청년, 무주택 서민 등 주거 취약 계층이 부담 가능한 범위에서 주택을 신속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가격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산 축적이 가능하도록 하며 ▲주거 안정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분적립형 주택 정책을 고안했다.
GH 관계자는 “현행 주택 공급, 세법 등 법령이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 주거 기회 사다리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수원 광교에 첫선…향후 3기 신도시 안착
GH는 수원특례시 광교신도시 A17블록 4만248㎡ 규모 부지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첫 공급 물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분적립형 분양 제도 자체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 선례가 없는 만큼 광교신도시에서 시범 사업을 전개한 뒤 정책 효과 등을 검토해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주요 지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GH는 광교 A17블록에 2025년 하반기부터 전용면적 60㎡ 이하 규모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240가구를 공급, 전용면적 60~85㎡ 규모 일반 공공분양 주택 360가구와 아울러 6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은 특별 공급 물량 비율을 40%에서 최대 50%로 설정,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힐 방침이다.
GH는 2028년 하반기 시범 공급 단지를 준공할 예정이며 분양 방법과 시기 등을 조속히 결정할 계획이다.
GH 관계자는 “일반 공공분양 주택 분양 수익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운영 재원으로 활용해 제도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시범 공급으로 3기 신도시, 향후 도내 개발 택지에 주거 기회 사다리가 확산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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