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폈다 ‘상간남 피소’ 당한 50대 공무원…스토킹 혐의로 법정 선 사연

외도 상대 남편에 “용서해달라” 수 차례 연락했다 ‘스토킹’ 혐의 받아
서울동부지법, 무죄 선고…“불안감·공포감 일으켰다고 인정할 증거 없어”

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자신과 외도를 한 유부녀의 남편이 위자료를 청구하자, 용서를 구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계속한 50대 공무원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달 11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B(51) 씨의 의사에 반해 지난해 2월 7일부터 9일까지 수 차례 연락한 혐의를 받았다. 아울러 B 씨가 자신이 직장인 구청에 ‘연락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후인 지난해 3월 29일에도 9차례 전화를 건 혐의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2022년 10월 22일 자신의 아내와 A 씨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이후 같은 해 12월 1일 아내와 A 씨가 함께 차를 탄 모습을 목격했다. B 씨는 나흘 후 A 씨를 만나 아내와 만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관계를 부인하며 "나 미치고 환장하겠네", "사람 꼭지를 돌게 만들면 안 되요" 등 거칠고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경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로 A 씨를 고발했지만 각하 처분을 받았고, A 씨가 근무하던 구청에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흥신소를 통해 지난해 1월 초 아내와 A 씨가 호텔에 투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피소된 사실을 알게 된 A 씨가 용서를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B 씨를 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측은 "A 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해서 스토킹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의 연락이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피해자인 B 씨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하다는 점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며 "B 씨가 A 씨의 적반하장식 태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에도 1시간 넘게 통화한 기록이 있고, 번호를 차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자 분노와 억울한 감정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이 생겼다고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