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가르치는 러시아 학교 UFC 스타 둘 배출 [인터뷰②]

강대호 MK스포츠 기자(dogma01@maekyung.com) 2024. 2. 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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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러시아 다게스탄공화국에 설립된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필기시험과 체력 검사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사립 중고등학교다. 입학 과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규교육과 무술을 가르친다.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세상의 다섯 가지 기본 방향’으로 번역할 수 있다. 기원전 3세기 중국에서 시작되어 유교를 통해 한국에 잘 알려진 오행(五行) 및 오방(五方)의 개념이 서아시아와 가까운 러시아 북캅카스 연방 관구까지 전파됐다는 얘기다.

러시아에는 유도와 레슬링을 섞은 듯한 ‘삼보’가 있다. 그러나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정식 중고등학교인데도 자기 나라 무술이 아닌 중국 ‘우수’와 한국 ‘태권도’만 가르친다.

러시아 특수목적 체육 중고등학교에서 2017년 5월 학생들이 중국 무술 ‘우수’ 싼다를 대련하고 있다. 사진=‘퍄티 스토론 스베타’
‘퍄티 스토론 스베타’가 지도하는 우수는 체급을 나눠 경기하는 싼다(散打) 종목이다. ▲팔꿈치·무릎 공격이 금지된 킥복싱을 바탕으로 ▲레슬링의 넘어뜨리기 ▲유도의 던지기 기술이 허용된다.

어느덧 29년째 운영 중인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국제우수연맹(IWUF)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하계올림픽 태권도 예선 통과 및 본선 참가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러시아 정규학교 중 하나로 꼽힐만하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 웰터급(-77㎏) 선수로 2월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에서 UFC 파이트 나이트 235 원정경기를 치르는 무슬림 살리호프(40·러시아)도 ‘퍄티 스토론 스베타’ 학생이다.

전 UFC 웰터급 14위 무슬림 살리호프(왼쪽), UFC 페더급 2위 출신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 사진=TKO
‘퍄티 스토론 스베타’ 출신 UFC 공식랭킹(TOP15) 경력자만 두 명이다. 무슬림 살리호프는 2021년 9~10월 웰터급 14위,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33)는 2020년 6~7월 페더급(-66㎏) 2위가 종합격투기 커리어 하이다.

MK스포츠와 UFC 파이트 나이트 235 사전 화상 인터뷰에서 무슬림 살리호프는 “내 마을의 큰 교육기관이다. 주변 모두가 거기를 다니며 훈련하는 것을 봤으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며 한국의 체육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러시아 ‘퍄티 스토론 스베타’ 입학 이유를 얘기했다.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무슬림 살리호프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거주하는 러시아 다게스탄공화국 부이낙스크에 있다. 부이낙스크 인구는 2021년 기준 6만8121명이다.

2018년 제18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우수 타이지취안 금메달리스트 천저우리. 사진=중국국제텔레비전 방송 화면
태권도 지도자들이 러시아 특수목적 체육 중고등학생 앞에서 발차기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퍄티 스토론 스베타’
중국 무술 ‘우수’ 종목에는 겨루기에 해당하는 싼다뿐 아니라 태권도 품새 경기처럼 동작과 기술적인 모양새가 얼마나 완벽한지를 점수로 매기는 타오루(套路)도 있다.

무슬림 살리호프는 ‘퍄티 스토론 스베타’에서 타이지취안(太極拳)을 비롯한 타오루 세부 종목 또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자신 역시 국제우수연맹 세계선수권대회를 5차례나 우승한 싼다 외에도 태권도 역시 같이 배웠으며 좋아했다고 밝혔다.

‘퍄티 스토론 스베타’는 중국 무술계에서 우수 싼다 역대 최고 외국인 중 하나로 인정하는 무슬림 살리호프 못지않게 UFC 타이틀매치 경험이 없는 파이터 중 최강자로 불린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 때문에 학교의 이름값이 더욱 올라갔다.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가 2018년 9월 미국 텍사스주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UFC 데뷔 4연승을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News1
무슬림 살리호프는 “나를 제외하고 UFC에서 싼다 기술을 제일 잘 활용한 종합격투기선수를 묻는다면 당연히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다. 터무니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대단한 파이터였다”며 ‘퍄티 스토론 스베타’ 후배한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는 2012년 국제우수연맹 유럽선수권대회 싼다 –70㎏ 금메달리스트다. UFC에서는 2017~2019년 데뷔 6연승을 달렸지만, 코로나 여파에 따른 면역 체계 이상 등을 이유로 은퇴했다.

야이르 로드리게스(32·멕시코)가 발목 골절 없이 예정대로 2020년 8월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와 대결했다면 2023년 2~7월 UFC 페더급 잠정챔피언을 지낼 만큼 위상을 얻진 못했을 거란 예상이 적지 않다.

무슬림 살리호프가 UFC 파이트 나이트 235 사전 화상 인터뷰에서 MK스포츠 질문을 듣고 있다.
무슬림 살리호프는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와 같은 팀과 코치 밑에서 훈련했다. 한방에서 지낸 적도 있다. (7살의 나이 차이 때문에) 우수 싼다 세계챔피언과 파이터 경력을 시작하는 단계로 서로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매우 친했다”며 추억했다.

“자비트 마고멧샤리포프는 의약 관련 사업 등 많은 일을 한다”며 근황을 전한 무슬림 살리호프는 “스포츠 커리어를 마무리한 근본적인 까닭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종합격투기가 지긋지긋해졌다면 이해가 된다”며 개인적으로 짐작 가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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