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부활해"…때려죽인 중학생 딸 시신에 방향제 뿌린 목사부부[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4. 2.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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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11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목사 친부 이씨(왼쪽)와 계모 백씨가 2016년 2월 3일 경기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피해 아동이 참혹한 죽음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과연 뭘 했는가."

8년 전인 2016년 2월 3일. 경기 부천시 한 가정집에서 11개월간 방치된 중학교 1학년 이모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불 덮고 누워 있던 백골 상태의 시신 옆에는 냄새 제거를 위한 방향제가 놓여있었다.

이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친부와 계모는 "기도하면 딸이 부활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친부는 집에 딸의 시신을 내버려 둔 동안 교수와 목사로 태연하게 활동했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딸 사진을 올려뒀다.
사별하고 재혼...세 자녀 양육 포기한 목사 친부
피해 아동의 아버지 이모씨(55)는 신학대학교 겸임교수이자 교회 목사였다. 이씨는 1997년 첫 번째 아내와 결혼해 1남 2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가족과 함께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 아내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귀국했다.

이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뒤 모교에서 강의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같은 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다니던 백모씨(48)를 만나 2009년 재혼했다. 하지만 초혼이었던 백씨는 이씨의 세 자녀를 키우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자 이씨는 첫째 아들을 축구부에 가입시켜 합숙 생활을 하게 했고, 둘째 딸은 지인에게 맡겼다. 막내딸 이양은 처제가 돌보게 했다. 백씨는 동생에게 이양을 맡기면서 "몽둥이로 타작해야 한다", "김치볶음밥에 참치를 빼고 밥 양을 줄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자녀 양육에 손을 놓았다. 처제와 가까운 거리에 살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교회 예배에서 이양을 마주치는 게 전부였다. 초등학교 졸업식이나 중학교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11개월간 방치된 중학교 1학년 이양의 시신이 발견됐던 경기 부천시 한 가정집./사진=뉴스1
계속되는 폭행...주변에 도움 청했지만, 결국 집으로
이씨는 2015년 3월 처제로부터 "이양이 교회 헌금을 훔쳐 사용하고, 남은 돈을 숨겨둔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 부부는 처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이양을 회초리로 때리며 헌금 숨긴 곳을 말하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끝내 돈이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다음 날 이양의 손이 부어오르고, 다리에도 멍이 들자 이씨 부부는 폭행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처제는 학교에 연락해 "할머니가 위독해 급하게 시골에 가야 한다"고 거짓말했다. 처제는 이양을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언니 백씨에게 '(이양의) 허벅지와 손이 땡땡 부었다. 허벅지가 말 근육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씨 부부는 3일 뒤 처제로부터 "이양이 또 지갑에서 돈을 훔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같은 방식으로 이양을 때렸다. 이번에는 폭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씨 부부는 이양을 밖으로 내쫓았고, 이양은 차가운 아파트 복도와 계단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다음 날에는 친구 집에서 잠을 청했다. 그다음 날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를 찾아가 저녁 식사를 했다.

이양은 교사 손에 이끌려 다시 집에 돌아왔고, 백씨는 이양의 뺨을 때린 뒤 밖으로 내보냈다. 갈 곳이 없던 이양은 교사의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집을 찾지 못해 경비원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비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이양은 다시 이모 집으로 돌아왔다.
학대하다 숨지자 "가출" 거짓 신고…시신 11개월 방치
처제 연락을 받은 이씨 부부는 이양을 집으로 데리고 온 뒤 7시간 넘게 폭행했다. 나무 회초리가 부러지면 빗자루로 때렸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폭행은 오후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들은 이양을 난방이 안 되는 방에 속옷 차림으로 재우고, 자신들도 잠을 청했다.

저녁에 깬 이씨 부부는 이양을 깨우러 갔지만, 이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시신을 자택에 방치하던 이들은 2주 뒤에야 경찰에 "딸이 가출했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이양의 담임교사는 이양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이씨에게 1~2일 간격으로 연락했지만, 이씨는 "딸이 가출했다"고 답할 뿐이었다. 학교 측은 이양의 집으로 총 3차례 출석 독려서를 발송했다. 무단결석한 날이 90일이 넘어가자 '정원외'로 분류했다. 정원외로 분류되면 학교 측은 교육청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2016년 2월 3일 경기 부천시의 한 주택으로 경찰이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스1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해 수사하던 경찰은 이양 친구로부터 "이양의 손바닥과 종아리에 멍 들어 있었다. '전날 많이 맞아서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미라 상태가 된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 주변에는 염화칼슘으로 보이는 흰색 가루와 습기 제거제, 향초 등이 있었다. 부검 결과 이양은 외상성, 허혈성 또는 저혈량 쇼크로 사망한 걸로 추정됐다.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해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계속된 폭행으로 근육 내 출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혈액이 부족해져 쇼크가 발생해 숨진 것이다. 사망 직전 키는 143cm, 몸무게는 36.8kg이었다.
법원 "계속 도움 청했던 소녀…우리는 뭘 했나" 자성
경찰은 이씨 부부를 아동복지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을 훈계하려 야단쳤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며 "이불로 덮어놨더니 냄새가 나서 방향제를 뿌려뒀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교단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씨와 백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고,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처벌만큼 모두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양이 집에서 쫓겨난 뒤 초등학교 담임교사, 아파트 경비원, 경찰관 등에게 도움을 요청한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양의 말과 태도, 행동을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살펴봤다면 최소한 이양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허망함을 금할 수 없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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