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부통령, SC주립대 찾아 투표촉구…흑인 유권자, 세대간 온도차
흑인 유권자 세대간 온도차 엿보여…젊은 유권자들 대체로 무관심
(오렌지버그<사우스캐롤라이나>=뉴스1) 김현 특파원 = "2020년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저를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에 올려 준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였다"
2일(현지시간) 오후 5시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오렌지버그에 있는 전통적 흑인대학(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찾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에 참석한 흑인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사우스캐롤리아나의 투표로 인해 "조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이 됐고, 저도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됐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유권자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HBCU는 인종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 제정 전에 흑인을 위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을 의미하며 해리스 부통령도 HBCU인 하워드대 출신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은 것은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두고 핵심 지지기반은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해리스 부통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부통령 취임 이후엔 9번째 방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8일과 지난달 27∼28일 두차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은 바 있다.
이는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표심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흑인 표심의 이탈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게 그 원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후보 경선 초반 고전하면서 대세론에 타격을 받았지만, 네번째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백악관행(行)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반전은 흑인 유권자 64%가 몰표를 던져준 게 핵심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12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에 따르면 흑인 성인 50%만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흑인 표심의 이탈 현상이 표면화됐다. 2021년 7월 조사에선 흑인 성인의 86%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결국 당내 경선을 넘어 본선 승리를 위해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표심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프라이머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가늠하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전국의 흑인 유권자에게 보낼 메시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시험하고 있으며 그 메시지가 밀워키, 필라델피아나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인슐린 등 약값 인하, 전통적 흑인대학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 증가 등을 일련의 정책 성과를 소개한 뒤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미국인을 위해 일하고, 매일 여러분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슬프게도 모두가 그러진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싸운다"고 날을 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新)나치주의자들과 독재자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것을 지적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백악관에 누가 앉아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낼 준비가 돼 있느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여러분들만 믿는다"고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200여명의 흑인 유권자들은 "우리만 믿으라"고 호응했다.
'세컨드 젠틀맨'인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도 이날 오전 사우스캐롤라이나 록힐을 찾아 "사우스캐롤라이나가 흑인의 지지와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등 힘을 보탰다.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마지막 유세를 흑인 대학에서 한 것은 젊은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뉴스1이 만난 젊은 흑인 유권자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흑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던 기존 6~70대 고령의 흑인 유권자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대학생 등 젊은 흑인 유권자들은 대부분 투표에 대한 의지도,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았다.
30대의 한 흑인 여성은 "확실히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들은 '돈을 더 풀겠다', '이런 거 없앨 거야'하는 것에만 반응한다. 더 큰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세의 흑인 대학생 아시아 리도 자신은 이번 프라이머리 투표에 참여할 계획이라면서도 "우리 나이대 흑인들이 투표하러 나가는 게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흑인들을 위해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대한 우려도 엿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18세의 흑인 여성 데이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좀 걱정되는 요인"이라고 말했고, 아시아 리도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당선돼도 임기 끝까지 살아계실지가 관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중·장년층 흑인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뚜렷했다.
60대의 흑인교회 목사인 콘스턴스 매클라우드는 "이번 선거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를 이끌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70대의 참전용사 출신인 흑인 남성도 이번 선거가 "내 아이들과 손주들에 대한 문제"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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