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라이벌 극적 부활, ERA 7.18로 메이저 잔류… 후지나미, 메츠와 1년 최대 420만 달러 계약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계약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파이어볼러’ 후지나미 신타로(30)가 뉴욕 메츠와 계약하고 극적인 잔류를 이뤄냈다. 지난해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메츠는 후지나미의 빠른 공이 조금 더 정교해질 것이라 확신했다. 후지나미도 1년 더 메이저리그에 남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찾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뉴욕 메츠와 후지나미가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3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는 않았으나 기본급 335만 달러(약 45억 원)에 인센티브 85만 달러(약 11억3800만 원)가 포함된 총액 420만 달러(약 56억2220만 원) 계약으로 알려졌다. 후지나미는 지난해 오클랜드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뤘을 당시 1년 3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아 금액이 깎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더 높은 금액에 계약한 것이다.
인센티브 조건은 등판 경기 수에 달렸다. 35경기에 나가면 10만 달러, 40경기에 나가면 25만 달러, 55경기에 나가면 25만 달러, 60경기에 나가면 25만 달러를 받는다. 총 85만 달러다. 후지나미는 지난해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즌 64경기에 나갔다. 지난해 수준의 출전 비율만 유지한다면 인센티브를 거의 다 따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서도 나쁘지 않은 계약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후지나미의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나미도 약간의 모험을 감수한 측면이 있다.
후지나미는 고교 시절부터 시속 16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괴물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고시엔 등 수많은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오히려 고교 시절 보여준 건 오타니보다 더 많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명문이자 인기 팀인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해 큰 관심을 받았다. 데뷔 초창기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는 듯 보였고,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착실히 에이스로 성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지나미는 이후 급성장한 오타니와 달리 하락세를 걸었다. 부상도 잦았고, 여기에 사생활에서도 몇몇 논란을 일으키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불성실한 태도가 역대급 재능을 망가뜨렸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후지나미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189경기에서 57승54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그런 후지나미에 주목한 팀은 오클랜드였다.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오클랜드는 한국과 일본의 가성비 선수에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후지나미와 계약했고, 한국에서는 KBO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뽑히던 드류 루친스키를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했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계산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개막전 선발로까지 거론되던 후지나미가 메이저리그 적응에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예상대로 공은 빨랐다. 시속 150㎞대 중‧후반의 공을 펑펑 던졌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매 경기마다 볼넷을 남발했고, 이닝 소화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부터 나타난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선발 7경기를 뛴 뒤 불펜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맛봤다. 불펜에서도 제구 이슈가 잡히지 않아 중요한 상황에는 쓰지 못했다. 포심패스트볼의 회전 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오클랜드에서는 34경기(선발 7경기)에 나가 5승8패 평균자책점 8.57에 그쳤다. 명백한 실패였다.
하지만 볼티모어 이적 이후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볼티모어는 후지나미의 빠른 공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고, 트레이드로 저렴하게 영입해 불펜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볼티모어 이적 후에도 9이닝당 볼넷 개수가 4.6개에 이르는 등 제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안타 개수는 9이닝당 9.5개에서 6.4개로 줄어들면서 피출루율이 떨어졌고, 어떤 경기는 깔끔하게 1이닝을 막아서기도 하는 등 경기력의 향상을 이뤄냈다. 후지나미는 볼티모어 이적 후 30경기에서 29⅔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채점 4.85를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후지나미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에 볼티모어는 FA 자격을 얻은 후지나미를 포기했고, 다른 팀과도 계약이 되지 않으며 1월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때 메츠가 손을 내밀었다. 메츠는 불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후지나미를 긁어볼 만한 복권으로 여겼다. 대권 도전의 꿈을 잠시 접고 1~2년 더 팀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돌입한 메츠로서는 후지나미가 그 공백기를 메워줄 수 있는 선수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
메츠는 지난해 부상으로 한 시즌을 날린 특급 마무리 에드윈 디아스가 복귀 채비를 하고 있다. 디아스가 건강하다면 마무리는 문제가 없다. 애덤 오타비노라는 8회의 선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앞이 다소 불안하다. 드루 스미스, 브룩스 레일리, 마이클 톰킨 등이 버티지만 불펜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메츠 불펜에 디아스를 제외하면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가 부족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메츠 불펜에서 250타자 이상을 상대한 선수 중 헛스윙 비율이 30%를 넘는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후지나미의 구위를 눈여겨볼 만한 하나의 이유로 풀이된다.
메츠는 이날 후지나미 외에도 좌완 제이크 디크먼과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일리 외에는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었는데 이도 해결한 셈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후지나미는 뉴욕 메츠 불펜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4명의 선수 중 하나가 됐다. 후지나미에 대한 믿음은 그의 스터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 중 하나였고, 지난 시즌 시속 102.6마일(약 165.1㎞)을 기록했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진 8명의 선수 중 하나였다’면서 후지나미의 구속 자체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기술을 가르칠 수는 있어도 구속은 천부적인 영역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평균자책점에 비해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이 훨씬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운이 다소 나빴다는 해석이다. MLB.com은 ‘4.61의 FIP는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운이 좋지 않은 투수 중 하나였음을 시사하며, 오클랜드 선발 로테이션에서 불펜으로 옮긴 뒤 그의 운은 더 좋아졌다’면서 ‘트레이드 데드라인 계약으로 오리올스에 입단한 후 후지나미는 29⅔이닝 동안 32개의 탈삼진과 15개의 볼넷으로 4.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후지나미의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9.5개로 나쁜 편이 아니었고, 여전히 100마일을 던질 수 있는 어깨를 가지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후지나미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4마일에 이르렀다. 리그 상위 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는 아니지만 결정구로 활용하는 스플리터의 피안타율은 0.239로 나쁘지 않았고 헛스윙 비율 또한 37.2%에 이르렀다. 전체적인 성적에 비해 타구 속도나 방향 등을 고려해 예상한 피안타율이나 피장타율 수치는 더 낮았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오클랜드 시절에는 1.66이었지만 볼티모어 이적 후에는 1.21로 한결 나아졌다. 메츠는 후지나미의 지난해 시즌이 다소 불운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이며, 올해는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한편 후지나미는 메츠에 입단한 15번째 일본인 투수이기도 하다. 현재 팀에는 센가 코다이가 뛰고 있어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지나미는 선발 복귀를 원한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지만, 메츠는 현재 선발보다는 불펜이 더 필요하다. 실제 인센티브 계약 조건을 보면 메츠는 후지나미를 불펜 투수로 생각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후지나미가 이번 1년 계약을 발판 삼아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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