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어찌 보내나” 순직 두 영웅 눈물의 영결식

배소영 2024. 2. 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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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웠어. 우리 또 만나자···.”

경북 문경의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합동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진행됐다.

“처음 두 분을 뵀을 때를 기억한다”는 말로 시작한 두 소방관의 동료 윤인규 소방사의 조사가 시작되자 영결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윤 소방사는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소리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반장님들,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진입하시던 늠름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일 오전 경북 문경소방서 분향소에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들이 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뜨거운 화마가 삼킨 현장에서 고립된 반장님들을 구하러 각지에서 모였고 기나긴 수색 끝에 결국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반장님들이 그랬듯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다”면서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낼 것이다. 부디 하늘에서 우리들을 잘 보살펴 달라”며 말끝을 흐렸다.

◆통곡의 바다가 된 영결식장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새하얀 국화 사이에 놓인 정복을 입은 앳된 얼굴 두 젊은 소방관의 영정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단상 위에는 고인들이 생전 착용한 주황색 근무복과 정부가 수여한 옥조근정훈장이 나란히 놓였다.

“화재 현장에서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얼마나 불렀을지 가슴이 미어진다”는 장례위원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말에 유가족들은 “아이고, 어떡해”라며 절규했다.
3일 경북 문경의 한 장례식장에서 경북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대원들이 공장 화재로 순직한 故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빈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 도지사는 “두 소방관은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든든한 오빠이자 정이 많은 동생이었다. 사명감 하나로 ‘힘들다’는 구조대에 지원한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동료였다”며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 따스한 바람과 눈비로 찾아와 모두의 슬픔을 달래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청년이었다”면서 “긴박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든 고인의 희생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이들을 추모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영정사진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고별사는 두 소방관의 친구들이 했다. 김수광 소방장의 친구는 “사랑하는 내 이십년지기 친구 수광아, 함께 소방관이라는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너와 붙어있던 시간이 더욱 생각이 난다”며 “수광이가 친했던 사람은 알 건데 명언을 굉장히 좋아하던 아이였다. 술을 마시면서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던 너의 말, 오늘 더 기억나고 내 마음을 울린다”고 했다. 박수훈 소방교의 친구는 “10년 전 ‘먼저 결혼한 사람에게 100만원을 축의하자’고 말하던 형의 모습이 기억난다”며 “약속 지키기 싫어 이렇게 빨리 간 건지 믿기지 않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3일 오전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이 순직한 아들의 유품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는 동안 영정 앞에서 한참이나 오열했다. 헌화를 위해 부축을 받아 겨우 단상 앞에 선 김수광 소방장의 어머니는 한참이나 아들의 영정을 쳐다봤다. “아이고 내 새끼”라며 울먹여 보는 이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1시간여의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들은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사람 구한다’며 뛰어들었다 주검으로

두 젊은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쯤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의 육가공공장에서 발생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곧장 수색에 돌입했다.

이들이 내부에 진입할 당시까지만 해도 인명 검색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4층짜리 건물 3층에서 수색하던 중 갑자기 불길과 연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찼다고 한다. 이들은 건물 계단실 입구까지 대피했으나 결국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했고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지난 2일 오전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소방청,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10개 기관 합동감식반이 화재 당시 고립됐던 소방관이 발견된 지점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두 구조대원은 서로 5∼7m 거리에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당시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경북경찰청 문경식품가공공장화재 수사전담팀은 전날 화재 현장에서 경북소방본부와 전기안전공사, 노동청 등 10개 기관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 건물의 안전설비와 최초 발화 지점, 순직한 두 소방관의 사고 경위를 찾는 데 집중한다.

경찰은 불이 난 공장과 협력업체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도 했다.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내부 3층 튀김기와 환풍기의 정상 작동 여부, 튀김기 사용으로 인한 잔열 발생 정도 등을 파악했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는 “관계자들 진술만으로는 화재 원인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다각도로 발화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 중이며 안전설비의 작동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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