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인구절벽'같은 흉흉한 소문, 사라지게 하소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설맞이 음악회'에서 갑진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기원했다. 2일 오후 '2024 설맞이 음악회 & 신년 인사회'가 열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유 장관은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에 등장해 무릎을 꿇은 자세로 행사 시작을 알리는 축문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로 시작된 축문 낭독에서 "바라옵건대, 땅과 바람과 물과 불을 잘 건사해서 땅의 작물에게 은혜로운 열매를 주고 강과 바다의 생물에게 생육번성과 백두대간의 수목에게 울울창창한 우거짐을 허락하고 우리에겐 부디 순탄한 날들을 주소서"라며 우리 땅과 강, 바다 그리고 산과 함께 하는 국민들의 안녕을 빌었다.
이어 "마을마다 갓난아기들이 신생의 울음을 터뜨리고 산모에겐 휴식과 아늑한 보금자리를 주셔서 인구절벽 같은 흉흉한 소문 따위가 사라지게 하소서"라며 저출산 문제도 갑진년엔 개선되길 기원했다. 유 장관은 "우리의 어린 것들이 무탈하게 자라게 하며 산업 현장에는 작은 재해조차 없게 하소서"라고 교육과 산업 현장에서의 무탈함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울러 이날 음악회와 신년 인사회에 모인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바라옵건대, 고갈된 영혼에 큰 영감을 내리고 저마다 창작의 열정으로 제 몸을 살라 백지와 캔버스를 풍성하게 채우고 우리의 악기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게 하소서"라고 외쳤다. "창작의 열정으로 밤을 불사른 노고로 부디 전대미문의 역작들을 낳게 하소서. 바라옵건대, 문화예술계의 모든 이들에게 비범한 손과 독창적인 영감으로 가득 찬 머리를 주소서"라며 창작자들도 응원했다. "우리의 예술창작으로 슬픈 자의 눈물을 씻기고 근심 있는 자의 근심을 덜어 주고 눌린 마음은 펴주소서"라며 예술의 힘을 통한 위안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 한 체육인들을 위해선 "우리 운동선수들의 아낌없이 흘린 땀과 각고의 다짐이 파리올림픽에서 큰 결실을 맺어 국위를 드높이고 우리의 근면함과 문화창조 역량을 만국에 떨치게 하소서"라며 파리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기후재난 같은 지구의 위기를 각성하게 하고 나라가 상서로운 기운을 타고 부강토록 하소서. 우리의 실패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우리의 살림이 창대해지도록 축복하소서"로 유 장관이 축문을 마치고 퇴장한 뒤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축문 낭독은 50여년간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간 배우 출신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연극 '파우스트' 무대에 섰던 유 장관의 특기가 제대로 발휘된 순간으로 평가됐다. 이어진 국립 국악단체들의 공연도 수준 높았지만, 국립극장에서 가장 큰 1221석의 해오름극장 구석까지 뚜렷한 배우 발성의 낭독음이 울리듯 퍼지면서 연극의 독백 장면처럼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던 게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 장관은 앞서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시에도 '답례 문화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축문을 낭독한 바 있다.
이번 '설맞이 음악회'는 지난해 말 유 장관은 국악계 현장 간담회를 하면서 전통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체육·관광인이 함께 모이는 신년 음악회에서 국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마련됐다.
유 장관은 공연 전 1시간 가량은 해오름극장 로비에 마련된 레드카펫 위에서 한복 차림으로 전병극 제1차관, 장미란 제2차관과 함께 손님 맞이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음악회 도입부에선 김승수·이철규·이용 국회의원, 국악인 신영희, 연극인 박정자,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이 신년 덕담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공연은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의 정악단, 민속악단, 창작악단 그리고 국립 부산·민속·남도국악원의 118명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문체부에 따르면 산하 국악 단체들이 총출동해 한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국악원 단원이 모여 완성한 67인조 연합오케스트라가 공연의 중심을 잡고 태평소, 남도창, 사물놀이 등과의 협주로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 냈다. 국립부산국악원의 '금회북춤' 등도 큰 호응을 얻어냈다. 이날 공연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받았다. 앵콜곡으로 '아리랑'이 연주되면서 출연자 전원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있던 유 장관도 무대에 함께 올라 아리랑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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