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 비싼 배 쓸어 모은 K조선…수익 개선 속도낸다 [비즈360]
암모니아선 2척씩 따낸 삼성중공업·한화오션
1분기 내 대규모 LNG 운반선 계약 체결 앞둬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새해 글로벌 선박 수주전에서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특히 올해 발주 확대가 예상되는 암모니아 운반선(VLAC) 물량은 싹쓸이했다.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점 수주하며 수익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해양설비 1기, 선박 37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46억5000만달러(약 6조1500억원) 규모로 불과 한 달여 만에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의 34.4%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의 수주액 비중이 가장 컸다. 총 15척을 따내며 수주고의 절반을 채웠다. 암모니아 겸용 LPG 운반선인 VLGC의 가격은 척당 1억1000만달러 수준, 그보다 암모니아 선적 용량을 늘린 VLAC는 1억2000만~1억3000만달러 선으로 고부가 선박이다. 이 밖에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15척 ▷LNG 운반선 2척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에탄 운반선 1척 ▷탱커 2척 등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지난달 VLAC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각각 체결하며 올해 수주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중공업이 2억3700만달러, 한화오션이 2억4700만달러를 따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에너지와 최근 2차 LNG 프로젝트 물량으로 15척을 확정짓고 최종 서명만 남긴 상황으로 알려져 있어 조만간 수주 소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은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화오션도 12척 규모의 LNG선 슬롯(선박 건조 공간)을 두고 카타르에너지와 협상을 진행 중으로 1분기 내 계약 체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수주의 가장 큰 특징은 효자 선종인 LNG선이나 컨테이너선 대신 새로운 선종에 대한 계약이 많았다는 점이다. LNG선이 수요의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고 컨테이너선도 양대 운하(수에즈·파나마 운하) 이용 차질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발주가 주춤해진 반면, 연료로서의 암모니아 운송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과 탄소포집 논의 활성화 등으로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는 올해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며 질 좋은 일감을 쌓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4168만CGT)보다 30.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5117만CGT)에 비해선 43.3% 쪼그라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주도 2023년보다 약 11% 줄어든 900만CGT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주 물량을 고부가 선박 위주로 채운다면 질적 개선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고부가 선박 프로젝트 계획이 줄잇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애드녹의 해운자회사 애드녹 L&S가 최대 10척의 LNG 운반선과 4척의 VLAC를 발주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총 3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미국 네불라 에너지는 최근 LNG 터미널 개발업체인 AG&P LNG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운사를 신규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최대 15척의 LNG 운반선을 확보해 LNG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해 들어서도 신조선가가 연속 상승하며 저점 대비 약 40% 오른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앞으로도 상승할 전망”이라며 “수주잔고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올해 조선사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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