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꽃' 장동윤 "전성기 최대한 늦게 왔으면"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장동윤의 소신은 확실하고 올곧았다. 분위기는 연기에도 고스란히 묻어나 '모래에도 꽃이 핀다' 호평을 견인했다. 새로운 도전으로 한층 더 성장한 그다.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연출 김진우)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 드라마다.
장동윤은 극 중 씨름 신동 김백두 역을 맡았다. 장사 집안 막내아들이지만, 유일하게 천하장사에 오르지 못해 고군분투한다. 그럼에도 낙천적인 성격과 단단한 정신력으로 끝내 꿈을 이루는 모습을 열연하며 호평받았다.
우선 장동윤은 씨름 선수로 보이기 위해 체중을 증량했다. 특히 약 14kg을 찌워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었다고. 장동윤은 "피자가 탄수화물이라 많이 먹었다. 정말 생각 안 하고 막 먹었던 것 같다. 촬영 때문에 대구에서 지냈는데 고향 친구들을 만나 평소보다 잦은 음주를 했다"며 "워낙 먹는 걸 좋아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2주 만에 10kg를 찌웠다. 그때부터 힘들더라. 감량할 때는 한 달 만에 뺐지만, 30대가 되니까 잘 안 빠지는 걸 느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씨름에도 도전한 장동윤이다. 그는 "용인대학교 체육학과에 씨름부가 있다. 마련된 훈련 공간에서 촬영 전 2달, 촬영하면서도 중간중간 가서 연습을 했다"며 "8부에 거산 군청 사람들이 보는 자료화면을 촬영했는데, 뒤집기가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 허리가 안 돌아가서 정말 애먹어서 오래 찍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씨름에 자신감이 붙었단다. 장동윤은 "아마 같은 체급 일반인은 제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하체가 좋다. 씨름을 했으면 잘했을 거라고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더라. 지금도 살을 찌워서 하면 씨름을 안 해본 일반인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는 대부분의 씨름 장면을 직접 소화했기 때문이었다. 장동윤은 "씨름은 대역 쓰기가 굉장히 힘들다. 노출화 상태에서 하다 보니까 체구가 티가 많이 나기도 한다. 대역을 쓴 부분은 있지만 정확한 비중은 모르겠다. 다만 다른 액션에 비해 대역을 쓸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힘들었다. 왜 이렇게 대역 안 쓰고 저를 많이 찍지 나를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제 비중이 훨씬 많더라"고 전했다.
씨름 특성상 데뷔 첫 노출을 하기도 한 장동윤은 "처음에는 민망했다. 적나라게 속옷만 입은 수준이라. 그런데 촬영 들어가니 별게 아니더라. 스태프들 300~400명 있는데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더라도 금방 익숙해졌다"고 웃었다.
체중 증량, 씨름 기술 연마까지 김백두의 비주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 장동윤이다. 이후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은 '순수함과 진중함의 균형'이었다고. 장동윤은 "자칫 잘못하면 마냥 바보 같아 보일까 봐 고민했다. 바보가 아니라, 씨름에 열정이 있고 좋아하는데 배려심이 너무 넘쳐서 순수하게 보이는 거다. 마냥 바보같이 보이지 않도록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생각 없어 보이게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감독님은 잡아주려고 했다. 연기적으로 촬영하는 내내 신경 썼다"고 전했다.
극 중 오유경과 러브라인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한다. 장동윤은 "딱 그 정도의 텐션이 좋았다"며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김백두의 성장 스토리다. 특히 변화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매회마다 백두의 심정이 변화하고 각성하고 깨닫는 것들이 보여야 하는데,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을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촌스럽고 수더분함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많이 녹아들었고, 김백두란 인물은 특히 저와 많이 동 떨어진 것보다 비슷한 게 많았다. 나이, 그 나이에 고민할 만한 것들 말이다. 씨름을 평생 해 왔지만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캐릭터이지만, 나름 배우로서 비슷한 고민을 할 때의 저와 많이 닮았더라. 표현하는데도 공감이 됐다. "청춘을 흐지부지 보내서 아쉽다"는 대사를 많이 한다. 제 삶이 그렇다는 건 아닌데, 비슷하게 고민되는 구석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 외에도 '오아시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청춘, 힐링물에서 활약했던 장동윤이다.
그가 택한 작품의 결은 어딘가 모르게 배우 장동윤의 분위기와 닮았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장동윤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대본이 주는 재미가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메시지와 방향성이 있는 힐링 드라마다. 대본이 좋아서 선택했다 보니까 해왔던 이야기가 힐링물이었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를 연기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까. 인간 냄새나는 캐릭터를 했을 때 매력을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어느덧 8년 차 배우가 됐다. 소속사를 나와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라는 장동윤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운이 좋게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 작품을 하는 것도 운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겉으로는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고민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데뷔 초기에도 배우라는 삶이 안 믿겼다. 어느 순간 배우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건데 매 순간 고민을 하고 있다.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순탄하게만 일을 했던 것 같고, 기회가 쉽게 잡았다는 시선도 있더라.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고, 삶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어떤 게 좋은 배우인지에 대한 혼란도 심해지고 있다. 압도적으로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어떤 직업에서든 실력으로 꿇리지 않고, 창피하지 않고 싶다. 꾸준히 하고 있으니 방향에 대한 혼란이 없었으면 좋겠고, 압도적으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때문에 장동윤의 향후 목표는 오로지 '연기'다. 그는 "작년, 재작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뭔가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워커홀릭기질이 있는 건 분명하다. 올해도 일 욕심 많이 가지고, 지난 2년 간처럼은 못하겠지만 꾸준히 일 욕심내며 열심히 할 것"이라며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성장하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지금까지 그 믿음이 의심되진 않는다. 좋은 배우가 되고, 연기 더 잘하고 매력 있게 해서 대중들에게 기쁨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방향이 잘못되지 않도록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만 하려고 한다"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결혼 고민은 일생일대의 숙제다. 결혼은 40살이 되기 전에 하겠다는 마음은 있다. 일과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해도 되는데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결혼을 하면 커리어에 변화가 있는 변곡점으로 생각하지 않나. 결부시켜서 생각할 이유가 있나 싶다. 하나의 직업일 뿐이고, 일반 직장인들 제 친구들을 보면 직장에 변곡점이 생기지 않더라. 결혼해서 열심히 일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동윤의 꽃이요? 아직 안 피었다고 생각해요. 저의 전성기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해요. 그만큼 성장을 더 할 테니까요. 꽃봉우리는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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