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내에 ‘왜 그랬냐’ 묻자 녹음기 켜려해, 소름 끼쳐” 같은반 학부모 분노
주씨子와 같은 특수학급 발달장애 학부모 참여
“재판동안 교사 7번 바뀌어…원인은 ‘불법녹음’”
“아이들 선생님 뺏은 주씨 부부야말로 아동학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씨 아들이 다녔던 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의 학부모는 이 집회에 참석해 “주씨 부부가 오히려 아동학대를 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특수교사노조는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날 판결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 후퇴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문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는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 자기방어와 방치가 판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 아들과 같은 특수학급이었다는 학생의 한 학부모는 이날 집회에서 “선생님께서 맞춤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아이들도 통합반과 맞춤반을 병행하며 학교생활을 잘 이어나갔다”며 “2022년 9월26일 선생님께서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2023년 초 선생님께서 병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3월 주씨 아내를 만나 ‘왜 그런 거냐’고 물었다”며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고 ‘어디서 들은 거냐. 녹음을 해야겠다’며 녹음기를 켜려고 해서 동의하지 않고 ‘불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학부모들 간의 대화도 무조건 녹음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르고 선생님을 뺏긴 지 벌써 1년6개월이다. 재판 동안 특수교사가 7번 바뀌었다. 특수교사들이 직업의식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원인은 ‘불법 녹음’이었다”면서 “녹음기가 왜 정당화돼야 하는가.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이 표현을 못 해서 녹음기가 정당화돼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교체를 위해 녹음기를 넣어서 아동학대로 한순간에 선생님을 나머지 아이들에게서 뺏어간 것이 아동학대 아닌가”라며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맞춤반의 담임 선생님을 한순간에 뺏어간 당신들이 내 아이에게 학대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3자가 동의하지 않는 녹음은 불법”이라며 “녹음된 파일에서 제 아이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다. 제 아이는 제3자이고 녹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아이는 어떤 존재인가. 같은 논리로, 판사는 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제 아이가 최소한의 의사 표현도 못 한다는 가정은 어디에서 나온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발달장애아라서 불법 녹음이 증거 채택된 사실에 같은 발달장애아 부모로서 비통하다”면서 “이 일로 교권은 무너졌고 전국의 선생님들은 사기가 저하됐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이 받을 것이다. 한순간의 단어로 교직 생활이 물거품 된다면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하실까 걱정된다.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재판 선고가 이뤄졌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13일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근거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쟁점이었던 주씨 측이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녹음파일 내용을 A씨에 대한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A씨에 대한 선고 당일 주씨는 생방송을 통해 교사들이 ‘몰래 녹음’에 반발한 데 대해 “당연히 이해한다”면서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전할 방법이 없다. 방안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는데 대립 구도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씨는 “해가 바뀌어도 특수학급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 특수학급이 이미 과밀 상태로 이뤄졌더라. 규정대로 운영하면 2개 반으로 나눠야 하는데, 그런 걸 알아봐서 어디 신청도 했는데 그게 학교에 굉장히 부담을 준 것 같다”며 “장애아 학급에서 문제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다 같이 피해 보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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