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 2024 베니스 미리보기 [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전 발표된 2024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의 구성과 참여 작가를 소개합니다. 지난해 공개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이었는데요.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ao Paulo)의 예술 감독이자,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 남미 출신 예술 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기획한 이 전시는 무려 전세계 332명 작가를 초청했습니다. 그 중 한국 작가는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이 포함되었구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게 될 본전시의 밑그림이 1월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보도자료와 외신 보도를 참고해 소개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방인”
이번 전시 예술감독인 페드로사는 상파울루미술관(MASP)에서 선주민(Indigenous), 아프리카 디아스포라(Afro-Atlantic), 여성, 퀴어 등 그간 미술사가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던 예술을 발굴하는 시리즈 ‘히스토리아스’(Historias)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그는 디아스포라, 선주민 등 국경과 경계를 넘어 살아가는 사람들, 주류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 등 ‘이방인’을 조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모두가 이방인’이라는 표현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당신이 어디를 가든, 혹은 어디에 있든 당신은 언제나 이방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방인들(우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두 번째. 당신이 어디에 있든(모국이든 타국이든), 마음 깊은 곳의 진실한 곳에서 당신도 이방인입니다. … 혹은 ‘이방인은 어디에나’라는 말을 일종의 모토, 슬로건, 구호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즐겁고 기쁜 외침이거나, 공포의 비명일 수도 있겠죠.”
페드로사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큐레이터로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항상 ‘제3세계 외국인’으로 취급받았던 자신의 경험이 주제에 녹아들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퀴어임이 알려진 큐레이터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인구는 5만 명에 불과하지만 성수기에는 16만5000명 여행객이 찾는 베네치아의 지역적 특성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선주민, 퀴어, 여성 예술 조명
이런 시각에서 전시장에는 ‘이방인은 어디에나’라는 문구를 네온 사인으로 만든 프랑스 출신 콜렉티브 클레어 퐁텐의 작품 ‘Foreigners Everywhere’(2004-)이 53개 다른 언어로 아르세날레 전시장 곳곳에 설치됩니다.
또 브라질 선주민 콜렉티브 MAHKU(Movimento dos Artistas Huni Kuin)은 본 전시가 열리는 중앙 파빌리온에 대형 벽화 작업을 선보이고, 전시장 첫 번째 방은 마오리 여성 4명이 협업한 ‘마타호 콜렉티브’(Mataaho Collective)의 대형 설치 작품이 포함됐습니다.
또 한 섹션은 에리카 루더포드, 아이삭 총 와이 등 퀴어 아티스트를 조명하고, 다른 섹션은 유럽의 중요한 여성 아웃사이더 예술가 3명 - 영국의 매지 길, 체코의 아나 제만코바, 스위스의 알로이스 코르바즈를 소개합니다.
‘동시대 미술 꼭지(Contemporary Nucleus)’라는 이름이 붙은 섹션은 디아스포라 운동, 젠더 저항 운동에 관한 39명 작가의 1975년부터 2023년까지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역사적 꼭지(Historical Nucleus)’는 변방의 미술사를 조명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미술 작품이 소개됩니다. 이 섹션은 크게 112명 작가의 초상화와 37명 작가의 추상화 작업, 그리고 이탈리아의 1,2세대 디아스포라 작가 40명의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한국 출신 작가는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
비엔날레 측이 발표한 참여작가 명단에서 확인되는 한국 출신 작가는 4명.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입니다. 정확히 어떤 섹션에 소개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윤신과 이강승은 동시대미술로, 이쾌대와 장우성은 미술 역사 속 작업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대 작가의 면면을 보면 주제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윤신 작가는 한국에서 조각 작업을 시작했지만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 년 간 남미를 기반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시를 통해 주목을 받은 그녀의 작품들은 한국 미술계 인사들도 ‘이런 작가가 있는 줄 몰랐다’고 감탄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강승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백인-남성-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에 도전하며 그러한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잊힌 소수자를 발굴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학자처럼 기록을 조사하거나 과거 사건과 인물을 재발굴하는 작품으로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또 한국 큐레이터들이 싱가포르, 일본관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다른 전시들에 대한 소식도 이후 뉴스레터에서 소개하겠습니다.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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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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