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걸린 새끼 돌고래 '종달', 포획·마취하면 안되냐고요? [Q&A]
두 달 넘게 낚싯줄 등에 몸이 감긴 채 힘겹게 제주 바다를 헤엄치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에 대한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해양다큐멘터리 감독 이정준 감독(돌핀맨),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MARC),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로 구성된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에 걸쳐 구조 작업을 벌여 종달의 꼬리지느러미에 해조류와 얽혀 있던 길이 2m가 넘는 낚싯줄을 제거했다.
긴급구조단은 구조 선박을 탄 상태에서 엄마(JTA086)와 새끼 돌고래와 친밀감을 키우면서 칼을 매단 장대로 낚싯줄을 끊어냈다. 제거한 낚싯줄 길이는 2.5m로, 무게는 달라붙은 해조류까지 196g이다. 하지만 아직 꼬리지느러미에는 제거하지 못한 30㎝가량의 낚싯줄이 남아 있다. 또 주둥이와 몸통에는 낚싯줄이 얽혀 있고, 입에는 낚싯바늘이 걸려 있는 상태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종달을 포획하거나 마취를 한 뒤 낚싯줄을 제거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했다. 왜 포획 대신 칼을 매단 장대를 사용했는지, 구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등을 이정준 감독과 장수진 마크 대표의 답변을 토대로 질의응답(Q&A)으로 정리했다.
① 칼을 매단 장대를 사용해 구조하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8일 낚싯줄에 걸린 채 헤엄치는 종달을 처음 발견한 게 이 감독이다. 돌고래를 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에 마크, 핫핑크돌핀스와 정보를 공유하고 구조 허가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관계기관 등에 연락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종달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선례가 없어 구조 방법을 택하는 데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시가 급한 종달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장대를 사용해 낚싯줄을 끊는 것을 시도했다.
② 실제 구조 시 어려움은 없었나.
모든 과정은 구조단이 입체적으로 접근해 결정했다. 실제 배를 몰고 낚싯줄을 끊는 것은 이 감독이 했지만 구조단 모두가 육상에서 무인기(드론)로 종달의 상태를 확인하고, 배가 접근했을 때 회피 반응을 보이는지, 피로해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면서 구조 작업을 벌였다.
또 실제 구조작업을 벌이기 전 배를 탄 채 낚싯줄을 늘어뜨려 놓고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긴 장대로 구조작업을 위한 연습을 했다. 지난달 29일 11시 59분 한 번의 시도로 종달에 얽힌 낚싯줄 일부를 끊어낼 수 있었다. 이후 종달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과 엄마 돌고래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 깊이 잠수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③ 포획이나 마취 등 다른 방안도 고려하고 있나.
포획하는 방법도 구조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포획을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다 빨리 시도해볼 수 있는 장대로 낚싯줄을 끊는 방법을 택했다. 더욱이 종달은 아직 1년이 안 된 어린 돌고래이기 때문에 엄마 돌고래 없이 야생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엄마 돌고래와 분리된 뒤 엄마가 다시 받아주지 않으면 평생 수족관 신세를 질 수도 있게 된다. 구조단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취는 매우 위험하다.(돌고래는 뇌의 절반은 쉬고 나머지만 깨어 있는데 마취를 하게 되면 양쪽 뇌가 자게 된다.)
④ 앞으로의 구조 계획은.
지금까지도 해외 사례를 참조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종달도 중요하지만 엄마 돌고래도, 구조에 참여하는 사람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움직이는 해양생물에 접근해 구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이며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이달 말까지 현재의 구조 방법을 시도해 볼 예정이다.
이 감독이 폐어구에 얽힌 돌고래를 발견한 것만 이번이 여섯 번째다. 매년 폐어구에 얽혀 희생되는 개체가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돌고래를 구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는 등 구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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