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기뻐한 클린스만 “숙박 영수증은…” 승리 후 던진 농담
위르겐 클린스만(59)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호주와의 8강전 승리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쓰였다”고 했다. 다음 경기는 ‘90분 승부’로 마무리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숙박 연장 영수증은 받지 않겠다”는 농담 섞인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3일 호주와 맞붙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결투 끝에 2대 1 승리를 거뒀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는데 직접 부딪쳐보니 정말 힘든 경기였다”며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환상적인 선수들과 같이 하고 있고 선수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팀 분위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선수들은 앞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 이어 이날 역시 120분을 뛰었다. 휴식 시간이 충분했던 호주와 달리 이틀밖에 쉬지 못했던 탓에 체력적 한계가 있었지만, 우승을 향한 집념이 빛났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대한민국이 64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는데 트로피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함과 목마름으로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선수들의 투혼을 언급했다.
또 “그런 목표 의식이 가끔 부담과 긴장감을 주면서 전반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0-1로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점 이후 경기력이 더 좋았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준결승에 올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두 경기 연속 가졌던 120분간의 ‘극장 승부’를 본인 역시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저도 이렇게 손에 땀이 날 정도의 힘든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 빨리 결과를 가져오고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다”며 “가끔은 제가 선수들 대신 들어가 뛰거나 골을 넣어주고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안타깝고 안쓰럽다”고 했다.
다만 이로 인해 붙은 ‘좀비 축구’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별명은 얼마든지 지어주셔도 괜찮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대회 끝나고 여러분들의 숙박을 연장한 영수증을 제게 주지만 않으면 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클린스만호는 7일 0시 요르단과 만나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요르단과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만나 2대 2로 비긴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같은 조 두 팀이 준결승전에서 맞붙는 것을 보면 어려운 조라는 사실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국 팬들이 기다리는 아시안컵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고 한국에 가져가는 꿈을 꾼다”며 “마지막 날까지 도하에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고자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말미에는 “다음 경기는 120분이 아닌 90분 안에 끝내고 싶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연장 전반 손흥민의 프리킥 전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다, 고대하던 결승골이 터지자 아이처럼 폴짝 뛰며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남은 경기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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