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나선 美 “오늘이 끝 아니다”...80년 냉전구도, 열전 치닫나

정석우 기자 2024. 2. 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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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3명 사망 맞서 민병대 공격
이란 “전략적 실수” 맹비난
이라크도 “주권 침해” 반발
미 “먼저 알렸다” 반박
2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의 공군 기지에서 미 육군 수송팀이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장병 3명의 유해에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 2일 중동 주둔 미군 3명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에 전격 나서면서 중동 전쟁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시 이후 국제 사회가 가장 두려워해온 미국의 등장이 현실화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지던 냉전(冷戰) 구도가 대규모 전면전을 포함한 열전(熱戰)으로 치닫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 대변인인 야히야 라술 장군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이라크 서부 시리아 국경 인근 지역을 공격한 것을 두고 “이라크 주권 침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공격이 “이라크와 역내의 안보 및 안정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국방부도 성명에서 “미국의 공습은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다. 이는 테러에 맞서 싸우는 시리아군과 동맹 세력의 전쟁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미국은 미군 3명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 차원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과 관련 민병대를 공습한 것이고 이를 이라크 정부에 미리 알렸기 때문에 주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라크 측 성명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공격에 앞서 이라크 정부에 고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추가 공격을 예고, 중동 전쟁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국제 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공격은 오늘 시작했지만 오늘 끝나지 않을 것이다. 추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고, 오늘 그 일환으로 첫 공격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밤 요르단의 미군기지 ‘타워 22′를 겨냥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윌리엄 제롬 리버스 하사 등 미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전쟁이 확산 기로에 선 가운데, 드론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드론 공격의 주체로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한 연합단체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을 지목하면서 이란이 이 단체에 무기 등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다만 이날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란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이번) 공격의 목적은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라 IRGC와 관련 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라면서 “요르단에서 미군 3명 사망 이후 이란과 어떤 소통도 없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은 중동이나 세계 다른 곳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이번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 성명에서 “미국의 이라크 및 시리아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리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 우려에는 선을 그었지만 “우리를 위협한다면 강력한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석방과 교전중단 등 협상을 중재하는 등 최근까지 중동 상황을 안정시키는 역할에 주력해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4~8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등을 연달아 방문하는 것도 이런 취지다. 하지만 보복 공격의 범위와 강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중동 전장(戰場)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경우 중동부터 유럽, 아시아까지 지구촌 전역이 화염에 휩싸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이 시작됐다. 레바논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라크·시리아·파키스탄 등 인접국 내 반(反)이란 무장 세력에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이들 지역을 타격하자, 남아시아의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홍해에서 각국 상선을 공격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영국과 합동으로 공습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도 반(反)정부 쿠르드 세력 소탕을 이유로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기지를 공격, 곳곳의 분쟁이 확전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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