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수술대 오른 ‘LFP 배터리’…전기차 업계 뚜렷한 ‘온도차’

2024. 2.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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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성능·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 차등 지급 추진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전망
車업계 "일부 전기차 제조사 판매 감소 불가피할 것"
환경 고려한 정책변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서울시내 한 건물 주차장에서 전기차 차주가 충전을 하는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배터리 재활용 가치가 큰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환경을 고려한 정책변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는 일부 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배터리 재활용 가치가 크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긴 고성능차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변화가 사실상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생산비용이 30%가량 싸지만, 사용후 재활용 측면에서는 사용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NCM 배터리가 사용 후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LFP 배터리는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는 유가 금속이 리튬과 인산철뿐이다. 같은 용량의 재활용했을 때 LFP 배터리에서 회수되는 금속의 가치는 NCM 배터리의 25~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LFP 배터리의 경우 구조가 NCM 배터리보다 안정적이어서 사용 후 리튬 등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배터리 1ℓ당 전력량(Wh)으로 측정되는 배터리 효율도 일반적으로 NCM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앞선다. 또한,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NCM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도 있다.

KG 모빌리티 전기 SUV ‘토레스 EVX’. [KG 모빌리티 제공]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수술대에 오르게 되면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KG 모빌리티(KGM)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친다. 기아 역시 경차 레이의 전동화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러나 기아가 이미 레이 EV를 제외한 다양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과 달리 KGM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KGM이 판매하는 유일한 전기차이자 브랜드 첫 전용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가 생산한 73.4㎾h 용량의 LFP 블레이드형 배터리가 탑재됐다.

새 모델 출시 당시 곽재선 KGM 회장이 직접 “토레스 EVX에 탑재된 LFP 배터리는 화재 안전성,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이라며 홍보맨 역할을 자처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러나 토레스 EVX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27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는 전월 대비 무려 93.2% 줄어든 수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토레스 EVX 출시 당시 KGM이 강조한 신차의 특장점은 ‘가성비’다.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환경부 정책 변화로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 판매량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환경부 지침과 관련해 "‘중국산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 변화"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5699만원에 내놓으며 흥행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중국산 모델 Y는 전체 전기차 판매량(16만2593대)의 8.5%인 1만3885대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기준인 ‘5700만원 미만’ 조건을 충족하면서 차량 가격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해에도 중국산 모델3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친환경 점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한국도 이 같은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LFP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리사이클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중국은 LFP 배터리의 재사용, 재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수명이 다한 LFP 배터리를 그대로 땅에 묻어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에 치명적인 소재가 사용되는 데다 무게만 최소 최소 500㎏에 달하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서 LFP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문제점 때문”이라며 “일부 기업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업체들 스스로 배터리 재사용 노력에 적극 나서고, 소비자들이 높은 에너지 효율의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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