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5세대' 실손보험 논의 물꼬트나 했는데…웬 말?
혼합진료 금지 추진 여파…업계 촉각
실손 손해율 상승 주범 비급여만 오를까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급격히 팽창하는 비급여 진료에 메스를 대기로 했습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입니다. 핵심은 사실상 방치상태에 놓인 채 만연하던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진료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이른바 '혼합진료' 금지 방안이었습니다.
다초점 렌즈 삽입술과 백내장 수술을 연계 시술하거나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패키지로 진행하는 경우 건보 적용을 못 받게 하겠다는 거죠. 예컨대 고령층이 비싼 다초점 렌즈 삽입술(비급여)을 받으려면 우선 백내장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백내장 수술(급여)을 받고, 그 과정에서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혼합진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의 100%가 혼합진료 형태로 이뤄졌고요.
비급여 가격 의사 '맘대로'
비급여 진료 경우 시행 사유나 횟수 등 진료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의사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는 모두 환자 부담이죠. 돈이 되니 의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건보가 적용되는 진료까지 받을 것을 권유하면서 건보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거예요. 백내장 치료의 경우 연간 건보 진료비 1600억원이 태워지고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고요.
보험업계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었다고 해요.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5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조기 도입 논의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거든요. 실손보험은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세대 전환이 이뤄지는데, 비급여 보험금 지급 기준이 마련되면 이를 표준약관에 반영하는 식으로 약관 개정이 진행됐거든요.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에 대해서 개인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는데, 의사들이 비싼 비급여 진료를 환자들에게 부추기면서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으면 된다'고 유혹해서였죠.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은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 문제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로 2022년(117.2%)보다 소폭 상승했습니다. 손해율이 118%라는 건 가입자들이 보험료 100원을 내고, 118원어치 진료를 받았다는 뜻이고요.
혼합진료 금지…비급여 '덤터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복잡한 표정입니다. 핵심인 혼합진료 금지가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아서입니다. 혼합진료가 금지된다고 해서 의사들이 아예 혼합진료를 못 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이럴경우 환자가 건보 급여 비용도 본인이 전액 부담하게 되는 건데요. 통상 회당 10만~20만원인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때 진찰료를 포함해 1만원 안팎의 건보 급여도 환자가 내는 식이죠.
더불어 복지부는 급여 항목에 대해 건보를 적용받고 난 뒤 내는 본인부담금에 대해선 실손보험이 보장하지 않도록 실손보험 혜택 축소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모두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의사들이 기존 건보 적용 급여 비용을 전액 비급여로 돌려버릴 수 있거든요. 비급여 가격은 의사가 정하는 만큼, 결국 환자가 내야 하는 비용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거죠.(이는 다시 실손보험으로 전가될 거고요.)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이 2020년 9월부터 급여화되자 일부 안과병원들은 수익보전을 위해 백내장 수술에 이용되는 91만원이었던 다초점 렌즈비를 478만원으로 급격히 올리는 등 진료비 수준을 확 올려버렸죠. 그래서 세부방안을 구체화 할 때 비급여 진료 기준이라든지 가격관리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비용이 부담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손보업계 관계자는 "추후 발표될 복지부의 세부 방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궁극적인 비급여 제어 취지가 잘 반영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김희정 (kh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