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의 결투…“아무나 못 들어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 후보작 20편 선정
과학자들이 연구 현장에서 찍은 과학 사진 공모전 ‘이미지 증거’(Proof in images)의 최종 후보작들이 공개됐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과 프랑스어권 과학자 네트워크 아크파스(Acfas)의 캐나다지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 공모전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연구원은 웹사이트(https://www.concours-preuve-image.fr/vote-du-public/)에 후보작 20편을 올려 놓고 누리꾼을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몇편을 소개한다.
첫째는 추운 겨울날 뜨거운 온천물에 서로 몸을 담그려는 원숭이들간의 몸싸움을 포착한 ‘온천의 결투’다.
일본 나가노현 지코쿠다니(지옥계곡) 야생원숭이공원에 서식하는 일본원숭이들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온천욕을 즐긴다. 그러나 누구나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지역의 원숭이 200여마리 가운데 약 40마리만이 온천욕이라는 특권을 누린다. 지배집단에 들지 못한 원숭이가 온천에 들어가려면 이 사진에서처럼 격렬한 몸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온천은 동물행동학자들에게 동물 사회의 갈등과 동맹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바다 얼음을 뚫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암컷 웨들바다표범이다. 머리 위에 장착돼 있는 장치는 소형 음파탐지기(소나)다.
생물학자들은 이 장치를 통해 남극 인근 해역에서 잠수하는 물범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소나는 또 이 바다표범이 먹이를 사냥할 때 머리와 턱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수유 기간 중의 암컷 웨델바다표범 행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셋째는 세 마리의 해면 동물이다.
가장 큰 것이 2cm에 불과한 이 해면동물은 물을 걸러서 먹이를 섭취하는 다른 해면동물과 달리, 갈고리 모양의 촉수를 이용해 작은 갑각류를 사냥한다.
이 사냥 방법 덕분에 지중해 바닥이나 얕은 수중동굴 등 어두운 곳에서도 잘 적응했다. 프랑스 남동부 라시오타 인근의 한 동굴에서 기묘한 형태로 같이 있는 세 마리의 육식성 해면동물이 운좋게 포착됐다.
넷째는 우주의 행성상 성운을 연상시키는 애기장대 뿌리의 단면 사진이다.
배추과의 애기장대는 세대 주기가 짧고 유전체도 상대적으로 작아 식물학자들이 유전학 연구에 즐겨 사용하는 모델 식물이다.
연구진은 202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생물직교화학의 분자 표지 기술을 이용해 빨간색, 녹색, 노란색 형광물질로 리그닌의 세 가지 성분을 구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그닌은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리그닌은 단단하기 때문에 식물이 동물에 쉽게 먹히지 않도록 해줄 뿐 아니라, 병원체의 생장을 차단하는 등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혁신적인 분자 표지 기술 덕분에 기후 스트레스나 병원균의 공격을 받을 경우 식물 세포벽에 어떤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섯째는 수백만개의 단세포 조류가 형성한 방사형의 녹색 실 구조다.
페트리 접시를 비추는 강한 빛을 피해 미생물이 접시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치명적일 수도 있는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촉수 모양을 형성한 것이 이채롭다. 연구진은 이런 광촉각 반응을 이용해 조류를 더 쉽고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조류는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원료로 쓰인다.
여섯째는 마치 고대 왕국의 방패처럼, 완벽한 원형을 형성한 비누막을 레이저 빔을 비춰 찍은 사진이다.
가장자리에서 형성된 눈물 모양의 점들이 점점히 흩어져 있다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점의 형성과 이동 속도를 연구하면, 점점 얇아지다 마지막 순간에 터져버리는 비누 방울의 역학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곱째는 애기장대 줄기의 끝 부분을 전자현미경으로 300배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유전적 돌연변이가 있는 애기장대의 개화 과정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찍었다고 한다. 정상적 애기장대는 137도 간격으로 꽃을 피우지만 이 애기장대는 배열이 불규칙한 촉수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식물의 기하학적 모양을 제어하는 세포 메카니즘을 알아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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